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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포주들, 헌법소원 포기하다

등록 2005-12-0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수능 시험이 끝났지만, 수험생들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언론사들의 예측 보도는 정신없이 쏟아지고, 자칭·타칭 입시 전문가들은 나름의 생각을 곁들여 “예년보다 몇 점 떨어진다, 올라간다”는 의견을 쏟아낸다. 이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학생들의 생생한 멘트. 수많은 학생들이 기자들의 물음에 답했겠지만, 신문에 등장하는 것은 딱 세 명뿐이다. D외고 최상위권 학생 K(18), 서울 P여고의 중상위권 학생 S(19), J학원의 하위권 재수생 Y(20). K군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듯 “반에서 가채점을 해본 결과 작년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려워 5~10점 정도 떨어질 것”이란 구체적인 예측과 분석을 잊지 않는다. P양은 “언어는 평소보다 올랐는데, 수리와 외국어가 어려워 점수는 예전과 비슷할 것 같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멘트로 읽는 이의 마음을 졸이는데, 압권은 우리의 재수생 Y군. “아, 자꾸 물어보지 마세요. 진짜 짜증나네.” 일년 동안 고생했던 셋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모든 정보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장군 잡는 여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군 잡던 강순덕(39·구속) 경위의 ‘빨대’(정보원)는 ‘지리산 윤아무개’씨. 그는 강 경위가 일하던 경찰청 특수수사과 쪽에 “ㅎ건설이 군 장성들에게 뇌물을 건네 공사를 따냈다”는 비리를 제보한 뒤, 수사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억대의 ‘삥’을 뜯어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보이지만 ‘한 건’ 터뜨리기 위해 피말리는 정보 전쟁을 벌이는 (기자를 포함한) 경찰·검찰 입장에서는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정보원들에게 하나라도 더 캐내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뭔가 대가를 줘야 하고, 그런 과정이 거듭될수록 사건의 관찰자에서 당사자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낀 뒤 벌어지는 모든 노력은 그 자체로 비극이고, 첫 빨대를 잘못 빤 뒤 벌어지는 모든 노력은 그 자체로 범죄 가담이다.

“옳거니, 바로 저거야!” 지난해 10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환영의 뜻을 밝힌 곳은 한나라당만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강X준. 강씨는 전국에서 올라온 성매매 여성들과 ‘성매매 처벌 특별법’ 철회 요구 침묵 시위를 벌이던 ‘전국 포주연합’(그들의 표현으로는 한터 전국연합)의 대표였다. 그는 “성매매 역시 수천 년 동안 관습적으로 이어진 인류의 관행”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 소동 이후 1년 만에 헌재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유는? 최근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수도의 기능이 해체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 그렇다면 강씨가 헌법소원을 내지 않은 이유는? 자문 변호사에게 문의한 결과 IT의 발달로 채팅을 통한 ‘원나이트’가 늘어나면서 ‘성매매=미아리’라는 관습헌법이 무너졌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사실이냐고? 관습적으로 말해,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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