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한겨레21>이 확 달라집니다,
라는 말로 눈에 힘주고 싶지 않습니다. <한겨레21>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2 창간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들은 제 2창간 안 합니다. “얼마나 재밌어질 거냐”는 질문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하나도 안 재밌어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지면혁신 특대호’라는 타이틀을 이번호 표지에 붙였습니다. 부피가 두툼해졌고, 구성과 디자인도 꽤 바뀐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러저러하게 확 달라졌으니 주목해달라.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지면혁신에 대한 환상을 버리십시오.
시니컬한 척 폼을 잡으려는 게 아닙니다. 지면개편에 대한 상투적인 호언장담이 싫어서 그렇습니다. 지면개편을 핑계로 귀가가 늦을 때마다 제 아내는 이렇게 놀리곤 했습니다.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건데, 뭘 바꾸고 난리야.” 정말 그렇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왕년의 카피를 패러디하면, 지면혁신은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낮추겠습니다. 조용히, 천천히, 집요하게, 더, 바꿔나가겠습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기자들의 칼럼이 늘어났습니다. 신승근 기자와 김창석 기자가 매주 ‘도전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앞으로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느라 머리 많이 아프게 생겼습니다. 김소희 기자는 오랜 고심 끝에 ‘오마이섹스’를 2주에 한번 연재합니다. 신윤동욱 기자도 관심 분야인 스포츠에 손을 댑니다. 이름하여 스포츠일러스트! ‘취재 뒷담화’ ‘나날이 날라리’ ‘정치의 속살’을 통해서도 기자들의 개성이 드러날 예정입니다. 21세기에 기자들이 ‘솔직한 나’를 고백해야 하는 건 직업적인 운명입니다.
새 진용을 꾸린 외부 필자들도 매력적입니다. 이윤기·홍세화·김선주 선생은 ‘47년생 연합군’으로 제각기 빛깔이 다른 ‘종이비행기’를 몰고 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한명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한홍구·박노자 교수와 함께 ‘세상읽기’를 연재합니다. 소설가 장정일, 박민규, 김신명숙씨도 필력을 보탭니다. 그 밖의 이야기들은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고급잡지’라는 콘셉트를 세웠고, 그에 걸맞은 지면을 위해 몸부림 한번 쳐봤습니다. 참신한지, 진부한지는 독자들 맘대로 평가해주십시오.
요새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한국 언론이 꼰대 같은 언론과 친구 같은 언론으로 양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꼰대가 아닌 친구가 되겠습니다. 소탈하면서도 멋진 친구가 돼보겠습니다. 친구를 밀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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