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연/ 소설가
이삼십년 뒤면 젊은 세대보다 그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더 많은 노령 사회가 닥칠 거라는데, 나야말로 그때에 짐스러운 노인이 되고야 말 ‘베이비붐’ 세대다. 우선 나는 우리 부모한테 불만이 있다. 왜 부모님은 나를 하필 그런 시절에 낳아 평생 치열한 경쟁 속에 살게 하였나.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인구 구조는 밑바닥이 펑퍼짐한 피라미드형, 우리가 중년인 지금은 중간이 불룩한 항아리형, 우리가 늙으면 역삼각형이 된다. 우리는 항상 가장 뚱뚱한 집단으로서, 기존의 사회를 터뜨리고 휩쓸며 올라온 듯하다.
해마다 치솟는 담뱃값을 무릅쓰고 담배를 끊지 않는 한 선배는,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는 오래 살 욕심 부리지 말고 빨리빨리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곤 한다. 용기 있으나 가혹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이들을 많이 낳아 균형을 맞추자는 주장 또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혹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에게 불만을 가질 것이다. 왜 하필 우리를 이런 시절에 낳아, 당신들을 부양하게 만드나? 우리가 당신들의 필요에 따라 태어날 수도 있고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당신들의 소유물인가?
사춘기 때 들은 ‘피투성’(被投性)이라는 단어를 나는 잊지 못한다. 더 좋은 우리말 번역도 있을 텐데, 내게는 무거운 책가방, 교련, 민방공 훈련 따위 당시의 딱딱한 분위기와 함께 어감 안 좋은 한자말로 각인되었다. 피투성, 내던져짐. 우리는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태어나고 싶으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면 기특하겠으나, 왜 세상에 던져놓았느냐고 원망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모든 세대가 그럴진대, 우리는 앞 세대로서 나중에 태어날 세대에 대해 자부심만이 아니라 미안한 감정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장래에 안락하자고 일단 낳고 볼 일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국력이 쇠퇴하며, 생산 현장과 군대는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용병으로 채워진다고, 신문기사들은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고 권고한다. 내 생각에는 그 암울한 미래를 피하자는 취지로 잉태, 출산될 아이들이야말로 우울할 것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국력 강화와 외국인으로부터 민족과 혈통을 보존할 사명을 져야 하니까. 그런 사명을 지고 태어나고 싶으냐고, 아무도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야 어떻든 그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인구가 준다 해도 다른 편에서는 꾸준히 늘어, 전체적으로는 지금도 인구 과잉이다. 국력이 약해지면 서럽기야 하지만, 모든 나라가 인구로 국력을 떠받치려 한다면 전쟁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타국에 나가 정착하면 자랑스러운 한국인인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공평하지가 않다. 군대 징병제 또한 분단과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대대손손 물려줄 전통은 결코 아니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다면, 우리는 아이들 문제만 고민하지 말고 체제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과연 한국 사회는 왜, 이대로 유지되어야만 하는가?
노령 사회는 유독 우리에게만 떨어진 재앙이 아니라 필연적인 과정일 것이다. 출산 장려책으로 한두 세대 미룰 수는 있으되 결국은 닥칠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에 동화시키고, 또 우리가 변해서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그들을 배제하여 분리시키는 것이야말로 암울한 미래의 원인이다. 한국 사회라는 관념과, 누가 한국인이고 아닌가 하는 경계가, 다른 모든 사회들처럼 변할 수밖에 없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여기서 태어나 살아갈 새 인간들의 것이다. 국가니 민족이니, 우리가 그들의 사고방식을 미리 결정해놓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래를 열어놓는 것뿐이다. 우리는 늙어도 늙지 않는 한국 사회를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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