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이주의공간] 단풍과 낙엽이 뒹구는 거리

등록 2004-10-15 00:00 수정 2020-05-03 04:23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가을이 깊어간다. 설악산 단풍은 10월13일 절정에 달하면서 온 산이 붉게 물들 것이라고 한다. 기상청은 “기온이 식물의 생육 최저온도인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시작되며 전국적으로 단풍 시작 시기는 지난해보다 1∼2일 빠를 것”이라며 “특히 요즘 일교차가 다소 크게 나타나 단풍 색깔이 평년보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악산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면서 10월15일부터 서울 시내도 단풍으로 물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단풍은 10월 중순에 시작돼 10월28일께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일교차가 어떻게 단풍색에 영향을 주는 걸까? 가을이 되면 나무는 잎에서 만든 당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따라서 잎이 광합성을 해서 만든 당분은 계속 쌓인다. 당분이 쌓이면 잎의 산도가 증가해 녹색의 엽록소는 파괴된다. 이 과정에서 본래 잎 속에 있던 노란 색소인 카로틴이 드러나면 노란색 단풍이 들고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드러나면 붉게 물든다.

삭막한 서울 시내에서 짙어가는 가을빛을 느낄 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멀리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동네 가까운 곳에서 제법 단풍이 곱게 물든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단풍·낙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시내 곳곳을 ‘단풍과 낙엽의 거리’(44곳)로 선정했다. 설악산처럼 울긋불긋 빛깔의 향연을 뽐내지는 않지만 때깔 고운 단풍들을 만날 수 있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선정된 구간은 11월 중순까지 보도의 낙엽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청 앞 정동 돌담길 1km는 노란 은행잎이 뒹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낙엽거리다. 노란 융단을 펼쳐놓은 듯 은행나무가 눈부시도록 곱게 물들고 있다.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로 이어는 삼청동길 2.9km는 2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길 전체가 환하다. 장충단공원에서 국립중앙극장으로 이어지는 남산 언덕길에서도 은행나무 낙엽이 흐드러지게 떨어진다. 태릉 입구에서 삼육대까지 이어지는 7.6km 화랑로는 잎사귀가 유난히 넓은 버즘나무 1천여 그루가 울창한 가로수 터널을 만든다. 단풍잎과 떡갈나무, 참나무 등 활엽수 낙엽이 쌓여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는 서울시 환경국(env.seoul.go.kr)에서 볼 수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