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떡볶이’는 알아도 ‘떡봉이’를 아는 사람은 적다. 둘은 무엇이 다른가. 떡볶이는 군침을 돌게 하지만, 떡봉이는 밥맛을 떨어뜨린다. 떡볶이엔 떡이 있고 떡봉이엔 떡이 없다. 아니 있다.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떡’대를 가졌고, 얼굴은 ‘떡’판이었다고 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다. ‘떡봉이’를 만나면 시뻘건 ‘떡볶이’처럼 피가 철철 흘러, 결국 제사를 치러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볶이엔 ‘면사리’가, 떡봉이엔 ‘몸서리’가 추가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떡봉이’란 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사상범 강제전향 공작에 동원됐던 흉악범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석기, 박융서, 손윤규씨는 이들에게 맞아 목숨을 잃은 비전향 장기수이다.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가 그 3인에게 ‘민주화 떡볶이’ 판정을 내린 일이 ‘떡봉이의 후예’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추장 버무린 ‘떡볶이’처럼 피비린내나게 볶이면서도 저항했기에, 결과적으로 준법서약서의 폐지에 기여하는 등 인권운동사의 입맛을 돌게 했다는 게 의문사위의 결정이다. 하지만 “남파된 떡볶이들은 자격이 없다”는 비아냥이 폭주한다. 의문사위를 못마땅해하는 분들이여, 그들의 인지상정을 좀 이해하시라. 의문사위는 북한 떡볶이, 그러니까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랬던 것뿐이란 말이다!
‘떡봉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을 보며 그 정답이 떠올랐다. 장기수 김영식 선생의 호소를 접하면서다. “이 세상의 어머니들, 사내자식 낳으면 제발 나이팅게일같이 착한 사람으로 키워주세요.” 그는 ‘떡봉이’한테 죽을 뻔했다 살아난 뒤 인자한 ‘나이팅게일’을 그리워하게 됐다.
대한민국 엄마 여러분, 지금 즉시 아드님의 ‘떡잎’을 잘 살펴보라. ‘떡봉이’ 기질이 엿보일 경우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간호사의 길로 입문시키는 일은 확실한 ‘전향공작’이 될 것이다. 의문사위 위원 체포 행동대원을 모집하고, 애꿎은 민주노동당사에 들어가 분말 소화기를 뿌린 일부 우익단체 회원 어르신들께도 간곡히 권한다. 빨간 모자에 얼룩무늬 군복 입고 집단행동 하면 영락없는 ‘떡봉이’ 자세 나온다. 그러므로 새하얀 간호사 유니폼 단체주문 해서 갈아입으시라. 백배는 착해보일 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위장복’이 아닌가!(이거 쓰고 나니, 국방부 특조단 출신 수사관이 지난3월 의문사위 위원들에게 가스총을 쏘며 협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왜 갑자기 ‘방귀 뀌는 떡봉이’가 상상되는 것일까)
우리 아파트 1층 경비실엔 ‘작업중’ 이라는 팻말이 자주 붙는다. 작업중…. 참으로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풀 뽑으며 작업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시쳇말처럼 “작업 들어갔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신성한 노동’의 의미가 담긴 ‘작업’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헷갈리게 했단 말인가. 아무튼 최근 ‘작업’하러 충남 아산에 농촌 활동을 간 서울대생들이 엉뚱한 ‘작업’의 여파로 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지하게 작업 좀 할랬는데, ‘에로’틱한 작업이 옆구리를 찔러 ‘애로’가 생겼다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들에게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미국이 작업 들어올 때마다 딱 부러지게 말을 못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필리핀 대통령 아로요는 아시아의 퀸카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에서 자국 근로자 1명이 납치되자, 그녀는 이런 명언을 남기며 뭇 바람둥이들마저 떨게 했다. “작업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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