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무죄 선고, 실형 선고, 영장 기각 등 법원의 엇갈린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있는 만큼 조만간 판단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법원이나 국민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헌재가 결정을 서둘러 법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이미 알려진 대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한복판에는 여호와의 증인이란 종교단체가 있다. 이번호 은 여호와의 증인이 도대체 어떤 종교단체이고 그 신도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살펴봤다. 지난 511호에서 이 사건을 특집기사로 다루었으니 그 후속기사인 셈이다.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다루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언론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특정 종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새로운 잣대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병역거부는 ‘양심’보다는 ‘교리’에 의한 것이어서 구분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은 ‘종교’ 이외에도 ‘사회’ 또는 ‘사람’으로 여호와의 증인을 다뤄보기로 했다. 그들은 과연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지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병역뿐 아니라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수혈·투표·공직 등을 왜 거부하는지, 국가와 정부를 부정하면서 그들은 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지, 어떤 눈으로 우리 사회와 이웃을 바라보는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아량과 여유를 갖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여호와의 증인도 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는지, 한국 사회에 접목할 수 있는 ‘생활 속 종교’로 탈바꿈할 대목은 없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미국의 사회 개혁가이자 정치가, 과학자이던 벤저민 프랭클린(1706~90)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집단의 관습만큼이나 특이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각 집단은 자신들만이 진실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집단은 엉터리 진실을 믿고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는 마치 안개 속에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상황과 같다. 그의 눈에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모두 안개에 싸인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근처에 있는 사물만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안개 속에 둘러싸여 있다.” 프랭클린이 여호와의 증인이 생겨나기 100여년 전쯤에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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