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마감이라 그냥 드세요.”
다정한 사장님이 서비스로 내어준 시나몬롤을 거절하지 못하고 앙, 물었다. 함께 있던 논비건 친구는 맛있다고 감탄한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입안 가득 비릿한 우유 향이, 코팅된 계란물이 찌릿하게 퍼진다. 최대한 맛이 닿지 않도록 크게 꿀꺽 삼켰다. 카페 밖으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고양이가 보인다. 가게 앞에 놓인 사료를, 농장 동물들을 갈아 만들었을 사료를 아작아작 먹는다. 인간만의 규칙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떤 동물은 사랑받고 어떤 동물은 사료가 된다.
길 위의 고양이를 챙겨주는 마음과 서비스로 시나몬롤을 내어주는 마음, 적당한 온도가 느껴지는 다정함과 친절이 너무 고맙고 좋다. 정말 좋은데….
‘죄송해요. 저는 이제 동물을 착취한 맛과 향을 즐기지 못하겠어요.’ 고맙고 미안해서 기쁘고 슬퍼지는 마음을 커피와 함께 삼킨다.
수많은 디저트가 유행한다. 크로플, 피낭시에, 약과 쿠키…. 모두 버터가 잔뜩 들어 있다. 버터는 12~15개월마다 출산을 반복하는 소의 젖으로 만든다. 소도 엄마가 돼야 젖이 나온다. 다만 자신의 아이가 아닌 인간에게 젖을 먹인다. 어미 소는 300일 동안 매일 ‘우유를 생산’한다. 질병 치료 비용보다 도축이 더 경제적일 때 도축장에 보내진다. 보통 서너 번의 출산 주기를 겪는다. 젖을 생산할 수 없는 수송아지는 아이가 되지 못하고 고기가 된다.
달콤한 맛이 당길 때 앙버터를 만든다. 소의 비극이 들어 있지 않은 비건 버터를 사용한다. 식물성 버터를 마가린이라고 부르지만, 팜유가 잔뜩 들어간 특정 제품이 떠오르기 때문에 비건 버터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달콤한 팥앙금 위에 커다란 버터 조각을 겹쳐놓은 ‘단짠’의 상징, 앙버터. 구운 바게트 사이에 팥빙수용 팥과 비건 버터를 끼워 먹는다. 씹을 때마다 고소한 바게트 사이로 짭짤하고 기름진 비건 버터와 동글동글한 팥이 쏟아져 나온다. 내 삶은 얼마나 쉬운가. 달콤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엄마와 아기를 먹이로 죽이는 산업에 반대할 수 있다.
인간의 아기는 지구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다. 대한민국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시작에 어린이날이 있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며 찾은 사람들로 동물원과 수족관이 붐빈다. 죽은 동물이 들어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살아 있는 동물을 보여주고 만지는 체험을 하며 ‘생태와 교감'한다고 착각한다. 모든 경험을 제공받는 인간 아이와 모든 본능을 제한받는 비인간 아이가 동물들의 감옥에서 마주한다.
동물을 포함한 자연을 착취하는 모든 산업이 ‘돈’을 위해서는 학대·살상을 허용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개인 역시 동물 학대가 옳지 않다는 공동의 합의와 정서가 있음에도 어떤 동물 학대를 구매한다. 강자의 이익을 위해 폭력을 눈감는 사회에서 생명은 숫자가 되고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된다. 인간은 돈을 나르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돈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을 잊어간다.
글·그림 초식마녀 비건 유튜버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가 ‘남을 살리는 밥상으로 나를 살리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4주마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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