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챙이가 합창하듯 둠벙 수면에서 뻐금거리고 있다.
감나무밭을 처음 샀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밭 가장자리에 있는 둠벙이었다. 둠벙은 물웅덩이란 뜻이다. 선조들은 물을 끌어오기 힘든 곳에 웅덩이를 파 천수답, 즉 하늘의 비를 활용해 농사지었다. 맨 처음 이 감밭을 볼 때부터 흡족한 상상을 했다. 연꽃을 심고 각종 수생 식물을 심어 이곳을 멋지게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둠벙을 방치하고 2년이 지났다. 연뿌리와 미나리 몇 포기 심은 것을 제외하곤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게으름이란!
둠벙엔 잡초가 가득했다. 물에 들어가 걷어내야 하나. 논장화를 신고 들어갈까. 벌레가 없는 겨울에 할까. 아니야 너무 추워. 봄이 오면 하자 등 온갖 생각 끝에, 장화와 고무장갑, 갈퀴, 낫 등 다양한 도구를 들고 감밭에 갔다.
최근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코리아의 호스트가 됐다. 우프는 전세계 유기농 네트워크로 유기농 농장(호스트)과 일반인(우퍼)을 연결하는 곳이다. 호스트는 숙박과 음식을 제공하고 우퍼는 친환경 농사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 집 첫 우퍼로 온 분이 이 둠벙 작업을 도와줬다. 함께 하나둘 하나둘 큰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둠벙의 잡풀을 제거했다. 생각보다 바닥 깊이 박혀 있던 잡풀은 쉬이 자기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당기니 둠벙 속에 있던 풀더미가 한가득 주변에 쌓였다.
풀을 제거하니 그 안에 엉켜 있던 우렁이와 도롱뇽의 알들이 함께 올라왔다.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도롱뇽이다. 미안한 마음에 우렁이와 도롱뇽 알을 골라 다시 물가로 넣어주었다. 물방개와 게아재비 등도 보인다. 다양한 생물이 둠벙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잡초가 우거져 있어 더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곳은 이미 다양한 생명의 서식지였다. 그렇게 둠벙 속 생태계에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다시 찾아간 둠벙은 한층 맑고 깨끗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수천 마리의 올챙이였다. 올챙이는 합창이라도 하듯 수면 위에서 입을 뻐금뻐금하다 다시 물속으로 돌아갔다. 이 수천 마리의 올챙이는 오고 가는 새의 먹이가 될 것이며, 잘 자라서 개구리가 되면 감밭에 있는 벌레를 먹어주는 충실한 부대가 될 것이다. 이보다 훌륭한 살충제가 또 어디 있을까.
둠벙 근처에 가끔 멧돼지가 왔다 간 흔적이 보인다. 둠벙 옆을 파 그곳을 질퍽하게 만들어 몸을 비벼 흙목욕을 하고 간 것이다. 둠벙 근처를 사정없이 망가뜨리고 간 녀석이 얄미웠지만 놀랍게도 그곳은 다시 그 나름의 모습으로 새롭게 변했다. 흙이 움푹 파인 곳엔 물이 고이며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 자라나고, 작은 늪이 형성됐다.
조만간 이곳에 미꾸라지와 메기, 붕어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곡성 장날에 가서 사와야겠다. 미꾸라지는 이곳을 신나게 돌아다니며 모기 유충을 먹고 올챙이를 먹으며 자손을 번식시킬 것이다. 선조들은 벼 수확을 하고 나면 둠벙의 물을 제거해 이곳에서 자라난 미꾸라지와 잉어, 메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나눠 먹는다고 했다. 이만한 식량 창고도 없다.
지난여름 집에서 나오는 오수가 밭으로 그냥 버려지고 있어 그곳을 파 정화 식물을 심고 연못을 만들었다. 한여름, 형광 불빛이 여기저기 빛나고 있었는데, 반딧불이었다. 경지정리사업이란 명목 아래 사라졌던 웅덩이에 알을 낳고 사는 반딧불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다. 서양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했다. 그저 물웅덩이일 뿐인 이 둠벙 속에서 만물이 태어나고 사라진다.
글·사진 박기완 토종씨드림 활동가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지역이 다른 네 명의 필자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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