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엔 꽃 펴도, 대관령엔 눈 온다. 겨울이 6개월인 강원도의 위엄. 김송은
서울에는 꽃이 피고, 경기도 고양의 농사꾼은 시농제를 올리고 퇴비 100포대를 밭으로 나르고 나서 요통으로 농사 시작을 알렸다는데, 2024년 3월26일 대관령 적설량 17.8㎝. 강원도 산지는 아직 겨울이다.
겨우내 돌아보지 못하다가 농사 밑 작업 계획을 세우러 2월 초 진부에 갔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돌들이 땅속으로 푹 꺼져 있다. 땅이 꺼진 건가, 솟은 건가. 지난해 애써 시멘트 벽돌로 만들어놓은 틀밭은 마구 이지러져 있고, 농막 뒤 화장실로 쓰는 창고도 확연히 기운 게 보였다. 농막도 살짝 기울어 동그란 물체를 굴리니 한쪽으로 데구루루 굴러간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기운 농막은 어떻게 보수할지 답답해하며 한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랫집 어르신 댁에 들러 “우리 땅이 솟았어요! 집도 기울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흥분해서 물어보니, 심드렁하게 “어, 그거 몇 년에 한 번씩 그럴 때가 있어. 그냥 둬. 봄 되면 알아서 가라앉아” 하신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 땅이 습했는데, 추운 날 얼어서 팽창했다가, 날이 풀리니 가벼운 흙은 그대로 있고 돌만 아래로 꺼진 모양이었다. 눈이 왔다 비가 왔다 얼었다 녹았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동안 돌은 점점 가라앉고, 농막은 기운 것이다. 마음은 좀 찝찝했지만, 당장 손쓸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지난주, 지난가을 농협에 신청해둔 옥수수 씨앗을 찾아가라고 해서 진부에 다녀왔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5천 립짜리 두 봉지나 신청해두었더라. 올해는 이래저래 일도 바쁘고 고양이도 아파서 농사를 쉴까도 싶었는데, 옥수수 씨앗을 보니 또 마음이 동한다. 씨앗만 심고 풀만 두어 번 매주면 알아서 농사가 되는 건데, 조금만 고생해볼까. 씨앗 하나에서 옥수수 두 통이 달리고, 큰 한 통엔 약 380개의 알이 달리니(네이버지식인 수호신 녹야 선생님 답변 참고) 어림잡아 70000% 이상의 수익률인데 이걸 안 해?
결국 농사를 시작하려고 이장님과 아랫집 어르신께 도움을 청했다. 유박(비료)을 밭에 뿌리려면 이장님의 비료살포기를 빌려야 해서 찾아가니, 얼굴 트고 지낸 지 5년도 넘었는데, 남편더러 이젠 형이라 부르라며 아무 때나 필요할 때 갖다 쓰란다. 밭을 가는 건 매년 봄 아랫집 어르신 트랙터에 쟁기를 달면 부탁드리는데, 어르신 말씀이 올해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땅이 많이 젖어 있어 4월 중순은 돼야 밭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신다. 역시 겨울이 6개월인 강원도의 위엄.
올해 농사를 쉴까봐 걱정하셨던 엄마가 옥수수 씨앗을 받아 왔다고 하니 좋아하신다. 지난해 수확한 옥수수를 말려 뻥튀기해서 이웃과 나눠 먹고, 옥수수차도 볶아뒀다가 속 안 좋을 때 끓여 마시면 약이 됐다고, 올해는 더 많이 갈무리해두겠다 벼르고 계신다. 얼룩이 옥수수가 더 맛있다고 하셔서, 인터넷으로 얼룩이 씨앗도 주문했다. 하는 김에 올해는 초당옥수수도 해볼까?
씨앗 심으려면 하루 종일 따가운 봄볕에 얼굴이 탈 텐데. 풀 뽑자면 허리 무릎 어깨가 수월찮이 아플 텐데. 옥수수 수확 날 맞추려면 얼마나 동동거려야 할까. 수확한 옥수수 처리는 또 어쩔 건가. 그런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뭐 또 닥치면 하게 되겠지. 70000% 수익률인데! 어서 오라 강원도의 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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