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밀가루를 노릇하게 볶아 꿀·참기름·청주를 넣어 반죽한다. 반죽을 밀어 약과 크기로 썰어 기름을 두르고 지져 조청을 묻힌다.”(1670년대 요리책 <음식디미방> 중 연약과법)
밀은 아주 오래전부터 쌀에 이은 제2의 우리 주식이다. <규합총서> <정조지> <수운잡방> 등 옛 요리책에서 각종 면류를 비롯해 주류·장류와 과자 등 밀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농사직설> 등 조선시대 농사서적은 밀농사를 주요하게 다룬다. 농촌진흥청이 낸 ‘한국농업 근현대사’를 보면 1920년 국내 밀 생산량은 29만6096t(2019~2023년 평균 생산량은 2만9천t)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밀의 99%가 수입되는 지금 현실에선 낯선 얘기다.
1960~1970년대 남아도는 자국산 밀을 처분해 자국 농촌을 살려야 하는 미국과 싼 밀로 큰돈을 벌고 싶은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19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폐지하면서 한 가닥 끈마저 내려놓자, 농촌에서 밀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는 건 누구든지 알지요”(번안곡·작사 미상) 흥얼거리던 현실 세계가 사라졌다. 밀과 보리로 겨우내 푸르렀던 농촌 풍경은 삭막한 맨땅으로 바뀌었다. 국산밀을 되살리려 농민운동가들이 ‘우리밀 살리기 운동’ 깃발을 들어올렸지만, 불과 5년 만에 밀 종자조차 씨가 마른 상태였다.
‘밀’이라 불리는 수입밀과 구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을 ‘우리밀’이라고 한다. 보통은 반대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연약한 존재가 돼버린 밀과 농업소득이 10년 전 보다 낮아져 농가당 1천만원 선이 붕괴(2022년)된 농촌 현실은 너무 닮았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박목월 ‘나그네’ 중)처럼 밀밭이 펼쳐진 풍요롭던 농촌은 돌아올 수 있을까.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는지 모른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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