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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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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쓰레기 절반은 그물과 낚싯줄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으로 돌아와…유럽연합, 비닐봉지 사용 금지
플라스틱세 도입
등록 2021-08-07 14:27 수정 2021-08-09 01:57
2018년 10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한 해양생물학자가 프랑스 남동부 코트다쥐르 연안의 지중해에서 채취한 바닷물 표본에 가득 담긴 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18년 10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한 해양생물학자가 프랑스 남동부 코트다쥐르 연안의 지중해에서 채취한 바닷물 표본에 가득 담긴 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대한 섬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큰 섬이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섬의 다른 점은 쓰레기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8만여t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이 섬은 ‘태평양의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라 불린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대규모 쓰레기 섬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바다 쓰레기의 80% 이상은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의 80% 이상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양은 3억t으로, 전 인류의 몸무게를 합한 것과 같은 양이다. 이 중 83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데, 대부분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약 15%만이 바다 위를 떠돈다. 매년 12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 위를 떠도는 것이다. 이런 규모를 생각해보면 8만t 규모의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점은 ‘이 쓰레기는 다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는 크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쓰레기와 어업 활동에서 사용하는 어구 쓰레기로 나뉜다. 생활쓰레기 중 담배꽁초, 음식 포장지, 페트병, 비닐봉지 등이 제일 많이 발견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다행히 해양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중에 퍼지면서 일회용품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해양쓰레기의 나머지 절반인 어구 쓰레기이다.

우리는 평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일상생활에서 버리는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해양쓰레기의 약 46%는 어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어구 쓰레기이다.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그물, 낚싯줄, 부표, 밧줄 등이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상업적 어업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참치캔으로 익숙한 물고기인 참치를 잡기 위해서 긴 낚싯줄을 쓰는데 하루 사용하는 참치 낚싯줄은 지구를 500바퀴 감을 정도의 길이다. 상업적 어업에 사용하는 그물에는 비행기 13대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것도 있다. 육지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활쓰레기는 매년 120만t이 바다에 버려지지만, 바다에서 사용하는 그물만 매년 100만t이 바다에 버려진다. 이런 규모를 비교해보면 해양쓰레기의 절반이 그물이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바다·바다생물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

많은 사람에게 일상에서 바다는 멀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하지만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에어컨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가 됐다. 이런 폭염을 유발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은 온실가스가 가장 큰 원인인데, 온실가스의 약 90%를 차지하는 게 이산화탄소(CO2)다. 바다는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지대한 노릇을 한다. 바닷속 해초는 지상의 열대우림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해양생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고래는 일생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흡수하고 죽음에 이르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이산화탄소를 수백 년 동안 격리한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일을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에 의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기도 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한 입자로 분해되는데 이를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유엔에 따르면 우리가 마시는 생수의 90%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해산물, 채소, 과일, 심지어 쌀에서도 발견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시민 인식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플라스틱 제품을 별도로 규제하는 법이 없는 상황이다.

생수의 90%에 미세플라스틱

외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유럽연합(EU)은 비닐봉지 사용 금지 법률을 제정하고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2021년 3월 미국 의회는 기업이 자사에서 생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게 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의 자유’(Break Free From Plastic Pollution Act, 일명 플라스틱 프리) 법안을 발의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바다는 지금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일부 학자는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분마다 대형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다행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진다. 바다는 엄청난 복원력을 가졌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다음 세대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 고래와 산호초의 생명력이 넘치는 싱그러운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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