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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신·증설 지역 대부분 주민 반대…
소각장 지하화, 지상은 공원화, 체육시설 등 주민 지원 확대 필요
등록 2021-08-06 06:53 수정 2021-08-07 01:43
경기도 하남시 소각장 ‘유니언파크’는 소각장을 지하에 짓고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환영받음으로써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남시 제공

경기도 하남시 소각장 ‘유니언파크’는 소각장을 지하에 짓고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환영받음으로써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남시 제공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과의 갈등이 일어납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현재 소각장 신·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적어도 전국 60곳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생활쓰레기 소각장 39곳과 사업장 쓰레기 소각장 21곳이 신설·증설 중이기 때문이다. 2021년 6월부터 두 달 동안 불거진 소각장 분쟁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세종, 충북 청주·괴산, 경기도 부천·수원·구리·남양주, 전북 완주, 대전, 광주, 부산 등지다.

전국 소각장 분쟁 두 달간 10건

이 많은 소각장 갈등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소각장이다. 이 소각장은 △기존 시설을 3배로 크게 늘린다는 점이나 △주변의 3개 지역을 포함해 광역화한다는 점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협치를 추구한다는 점 등에서 모두 주목받는다.

2000년 문을 연 기존 부천시 소각장은 하루 처리 용량이 300t이다. 그러나 내구연한이 2015년으로 이미 지난데다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 이용이 2025년에 끝나고 대장동 3기 신도시도 2028년께 입주가 시작돼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부천시는 기존 시설 터에 새 자원순환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을 2020년부터 추진해왔다. 새 소각장은 하루 처리 용량이 900t으로 기존의 3배로 커졌다. 부천의 쓰레기 470t 외에 서울 강서, 인천 계양·부평의 쓰레기 430t을 추가로 처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단독으로 소각장을 지으면 사업비가 5616억원이지만, 인천 계양·부평, 서울 강서와 함께 지으면 3082억원으로 2500억원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부천시의 부담도 2153억원에서 886억원으로 1200억원 이상 감소한다. 주변 주민들은 즉각 반대했다. 기존 소각장의 피해를 20년 넘게 겪었는데, 앞으로는 다른 지역 쓰레기 피해까지 봐야 하느냐는 비판이었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부천시는 ‘자원순환센터 현대화 시민협의회’라는 민관 협의체를 제안했다. 이 협의회는 시민 대표 22명, 시의원 3명, 사회단체 1명, 전문가 4명, 공무원 2명 등 모두 35명으로 꾸렸다. 이들은 2021년 7월까지 두 차례 회의를 열었고 2022년 4월까지 활동한다. 시민 대표인 이상화 부천시 시민협의회 위원장은 “막 활동을 시작해 좋은 사례들을 공부하고 있다. 일단 시설을 지하화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충분히 검토해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역시 시민 대표인 이강인 시민협의회 운영위원은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이 기존 소각장으로 20년 동안 고통을 겪었으니 입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또 소각장 규모를 늘리지 말고 쓰레기양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소각장은 주민과의 갈등을 시민협의회에서 논의해 해소하려 한다. 좋은 갈등 해결 모델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부천시 제공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소각장은 주민과의 갈등을 시민협의회에서 논의해 해소하려 한다. 좋은 갈등 해결 모델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부천시 제공

‘시민협의회’ 가동, 부천 대장동 협치 모델 주목

이에 대해 권광진 부천시 자원순환과장은 “광역화해야 비용을 1천억원 이상 줄일 수 있고 인천과 서울의 소각장이 주변에 새로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2021년 9월까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천시 시민협의회가 주목하는 대표 사례는 경기도 하남시 유니언파크다. 유니언파크는 6개 쓰레기 처리시설을 모두 지하로 넣었고 지상을 공원과 체육시설, 물놀이장으로 조성했다. 가스를 배출하는 굴뚝까지 전망대로 만들었다. 주변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고 아파트 단지도 많다.

유니언파크는 소각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 개장 뒤 시민 200만 명이 지상 공원을 방문했고 다른 지역의 견학 인원도 3만5천 명에 이른다. 임국남 하남시 자원순환과장은 “모든 시설을 지하로 넣어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냄새를 잡는 데 최선을 다했다. 지상을 공원으로 만든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각장 광역화가 효율적이고 환경 기준도 높아져”

그러나 유니언파크는 소각장 규모가 하루 48t으로 작고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광역 소각장의 참고가 되는 데 한계가 있다. 광역 소각장과 관련해선 서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서울 강남·노원·양천·마포 등의 소각장은 모두 하루 처리 규모가 400~900t의 대용량으로 3~8개 구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오세천 공주대 교수(환경공학)는 “서울처럼 광역화하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환경 기준도 높아진다. 협의 과정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2021년 6월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맡겨 서울시민 15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민의 70%가 거주지 근처에 소각장이 들어서는 것을 찬성했다. 반대는 26%였다. 가장 좋은 주민 설득 방법으로는 ‘소각장 지하 설치, 지상엔 공원·체육시설 설치’(77%·중복 답변)가 꼽혔다. 또 지역주민에 대한 혜택으로는 ‘난방요금과 관리비 지원’(70%)이 가장 많았다. 오히려 구청장 20명(응답자) 가운데 17명이 소각장 설치에 반대해 대조를 이뤘다.

오길종 한국폐기물협회장은 “소각장 지하화, 지상 공원화가 바람직하다. 쇼핑몰·지하철역 설치, 주민 지원 확대 등 혜택도 확실해야 한다. 시민협의회가 가동된 대장동에서 좋은 모델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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