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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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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오토바이 배달음식 문화, 어쩔까요

2019년 비닐봉지 사용 중지했지만,
고푸드 · 그랩푸드 등에서 플라스틱
사용 여전
등록 2021-08-04 15:06 수정 2021-08-04 21:56
2019년 3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의 반타르 게방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람들이 돈이 될 만한 재활용 가능 폐기물을 건지려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REUTERS

2019년 3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의 반타르 게방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람들이 돈이 될 만한 재활용 가능 폐기물을 건지려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REUTERS

지금까지 국내 쓰레기의 여정을 쫓아왔다. 이제 지구촌으로 눈을 넓혀보자.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쓰레기 배출량이 연간 20억t이 넘는다. 올림픽 경기 기준 수영장 80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에는 34억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전체의 16%에 그친다. 쓰레기 문제에서도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부자 나라가 더 많이 버리고 가난한 나라가 더 큰 위협에 노출된다. 독일·미국·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일본·타이·터키·홍콩 9개국에 더해, 우주폐기물까지 인간의 ‘쓰레기 발자국’ 실태와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_편집자주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천만 명을 가진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약 1만8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규모의 섬나라다. 인도네시아 생활 6년째.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인도네시아의 쓰레기 처리 문화는 ‘편리함’과 ‘미안함’이다. 한국의 분리수거와 종량제봉투에 익숙해 있었기에, 아무 비닐봉지에나 종류를 불문하고 담아버리는 편리함 뒤로,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의 불편함과 죄책감은 버려지지 않은 채 남는다.

금지했지만 친환경 봉투, 대체품은 어디에

이곳 대다수 아파트에서는 한국에 20~30년 전에 있었던 것처럼 각 층에 있는 쓰레기 투입구에 쓰레기 봉지를 던지면 된다. 단독주택 역시 온갖 쓰레기가 담긴 봉지를 그냥 집 앞에 내놓는다. 간혹 ‘유기물’과 ‘비유기물’로 구분된 분리수거함이 있지만 제대로 버려지는 걸 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20만t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2는 매립된다. 특히 인구 1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 자카르타에서는 날마다 최대 2400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해 7천t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상당량이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어 자카르타 인근 매립지에 쌓이고 있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고작 10%에 그친다. 자카르타 동남부 외곽 지대에 있는 반타르 게방이라는 쓰레기 매립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면적은 축구장 200개를 합친 것과 같고, 쓰레기 더미가 높이 쌓인 곳은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는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2019년부터 쇼핑센터나 편의점, 재래시장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자카르타 인근 수도권 지역(자보데타벡)에서도 같은 조처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업소는 최대 2500만루피아(약 200만원)의 벌금과 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선 일회용 비닐봉지 규제가 잘 지켜지고, 시민들도 에코백(친환경 가방)을 갖고 가는 것이 생활화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를 하는 업자도 상품 포장은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이 있지만 온라인상품, 배달음식, 재래시장이나 가판 등은 여전히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양산하고 있다. ‘고푸드’(Go-food), ‘그랩푸드’(Grab-food)로 대변되는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배달음식 문화는 상당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를 날마다 쏟아낸다. 현재의 정부 규제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소매업자협의회 쪽은 주정부의 조처를 지지한다면서도 “친환경 봉투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지 대체품에 대한 안내와 설명이 없다”며 정부 시책을 에둘러 비판한다.

발전시설 완성돼도 10분의 1만 처리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의 절반 가까이(48%)는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이다. 대부분은 제대로 사후관리가 되지 않고 거의 절반이 불법 소각된다. 쓰레기 불법 소각은 2005년부터 법적으로 금지했으나 여전히 횡행한다. 분리배출에 솔선수범하는 개인 차원의 노력이나 국민적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분리배출한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궁극적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 최소화하는 것 못지않게, 배출되는 쓰레기의 효율적인 재활용이나 폐기물 처리 발전시설(소각장) 같은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년 폐기물 처리 발전시설 건설 촉진에 관한 대통령령을 시행하고, 2019년부터 12개 지역에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동하는 곳은 자카르타와 솔로, 두 지역에 불과하다. 12개 발전시설이 완성되더라도 폐기물의 하루 처리 능력은 1만6천t으로,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뿐 아니라, 국내 여러 폐기물 처리장의 능력도 한계에 이르러 새로운 처리장의 가동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국영전력회사(PLN)의 부담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사업 추진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PLN은 폐기물 발전시설에서 1㎾당 13.35센트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1㎾당 약 5센트인 석탄발전소의 전력 구매 가격보다 훨씬 높다.

버려지거나 태워지는 수입 폐기물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선진국발 쓰레기’ 유입 문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레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19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폐플라스틱 유입을 막기 위해 수출등록과 세관검사 등으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재활용이 불가한 유해 폐기물이 밀반입되는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유해 수입 폐기물이 하천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거나 태워진다고 한다.

자카르타=한이석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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