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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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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도 ‘완결’이 중요하다

국내 생산·유통·소비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 필요
소비자가 재활용 제품 사면 인센티브 주는 ‘그린카드’ 도입해야
등록 2021-08-01 08:09 수정 2021-08-02 02:06

폐기물 발생량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처리 기반이 확립되지 않아 쓰레기 불법 투기와 방치가 자주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4R’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그래도 남는 것은 에너지로 회수하는(Recovery)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재활용 등이 원활하지 않아 정맥산업(폐기물을 재생·재가공하는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폐기물은 소각 또는 매립이 필요한데 ‘님비 현상’에 따라 신규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그 결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최근 3년간 300% 올랐다.

폐비닐이 갈 곳을 잃은 이유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은 ‘물질 재활용’(Material Recycling)과 ‘에너지 회수’(Energy Recovery)로 나뉜다. 물질 재활용을 위해서는 플라스틱이 분리 선별이 가능한 단일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 문제는 제품 제조 단계에서 다원화(복합)한 소재를 주로 쓰고, 분리배출 단계에서도 혼합물이 섞여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물질 재활용이 어려운 대표적 종류는 폐비닐(필름류 플라스틱)이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폐비닐을 분리배출하지만, 복합소재이거나 이물질 등으로 오염된 경우가 많다. 공동주택은 종이·플라스틱·비닐 등을 분리배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반면 단독주택은 종류가 다른 재활용품을 섞어 배출해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예컨대 오염된 비닐이 다른 재활용품까지 더럽히거나, 폐비닐끼리 엉키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단독주택의 쓰레기 수거를 맡은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약 50%가 재활용되지 못한다. 이렇게 남은 것은 소각장으로 옮겨져 폐기된다.

폐비닐은 대부분 파쇄해 SRF(폐기물 고형연료) 제조로 활용된다. 에너지 회수 방식이다. 그러나 폐자원 에너지화 정책 후퇴, 고형연료 규제 강화 등으로 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수요처에서 폐비닐 사용을 중지했다. 이제는 갈 곳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상 플라스틱 신재(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를 결합해 만듦)를 우선해 제품을 만들고 물질 재활용은 꺼렸다. 국내에서 생산된 물질 재활용 원료를 중국 또는 동남아로 수출했던 이유다. 특히 중국에 대부분을 수출했는데 2018년 중국이 재활용 선별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점진적으로 물질 재활용 원료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폐비닐 수거 거부, 즉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당시 재활용 수거업체들은 폐비닐 수요가 없어지자 처분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수거를 포기했다.

GR(Good Recycled Products)마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폐자원을 재활용해 제조한 우수한 제품에 부여하는 마크(왼쪽). 환경마크는 환경부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부여하는 마크.

GR(Good Recycled Products)마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폐자원을 재활용해 제조한 우수한 제품에 부여하는 마크(왼쪽). 환경마크는 환경부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부여하는 마크.

마트 구석에 진열된 환경마크 제품들

물질 재활용으로 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그 재활용 제품을 국내에서 유통해, 소비로 연결하는 과정을 ‘완결형 재활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질 재활용 원료를 수출에 의존한 탓에 완결형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분리배출된 재활용 가능 자원을 선별 가공해 원료를 만드는 기술은 확보했지만, 그 원료를 이용해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기반은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가 재활용 제품을 구매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GR(우수재활용)마크, 환경마크를 인증받은 제품은 의무구매나 우선구매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비싼 값으로 공공기관에 판매될 뿐이다. 특정 재활용 제품만 특정 구매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셈이다. 현재 대형마트의 한적한 구석에 환경마크 제품이 진열돼 있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 소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

완결형 재활용이 가능해지려면 제조·유통·소비 과정에서 소비자가 쉽게 접근해 제품을 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인식 제고와 함께 재활용 제품을 사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재활용 제품을 사면서 환경보호와 자원 절약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다.

선순환 구조로 가는 길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시행하는 방식으로 ‘그린카드 제도’를 검토할 만하다.(그림 참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탄소마일리지 제도와 연계하는 방식인데, 재활용으로 절감하는 온실가스량을 산출해 재활용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그린카드에 인센티브를 적립한다. 이렇게 누적된 포인트로 재활용 제품 등을 다시 사도록 유도한다면 재활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재활용 제품을 대량 소비하는 건축 분야를 대상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도 다량의 재활용 원료가 사용되지만 장려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특정 용도의 재활용 제품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런 재활용 제품을 쓰는 사업장에 ‘그린빌딩인증’을 부착한다. 또한 부가가치세 등 일부 세원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마련해 재활용 제품 이용을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재활용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계 △재활용 제품을 사면 성취감과 동시에 이득을 얻는 구조 △재활용 제품을 신재보다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완결형 재활용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면 폐기물의 원천적 문제인 정맥산업 경화를 완화할 수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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