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은 민간에 주로 맡겨진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관리소가 민간업체와 계약하고 재활용품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2021년 7월8일 찾아간 고물상도 그런 곳이었다. 10년째 고물상을 운영하는 강아무개(49)씨는 “대부분 고물상이 돈을 받고 치워주는 줄 알지만, 실상은 돈을 내고 쓰레기를 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이라는 간판을 내건 컨테이너가 사무실이었다. 컨테이너 밖 바닥에는 큼직한 철판이 깔려 있다. 저울이다. 한 어르신이 손수레에 싣고 온 고물을 저울에 내려놓자 빨간색 숫자가 나타난다. 강씨는 종류별로 무게를 달아 값을 쳐준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 5시10분. 1t짜리 트럭에 계약을 맺은 공동주택·사무실 등이 배출한 재활용품을 실어온다. 이것에서 종이, 플라스틱, 병, 캔, 철, 비닐, 스티로폼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분류해 쌓는다. 이 작업을 하루에 8~10번 반복한다. 피복과 구리선으로 전선을 분리하고 플라스틱과 철로 에어컨 실외기를 분해하는 등 혼합된 재활용품을 나누는 게 주요한 일이다. 비닐이나 종이와 달리 플라스틱은 선별하기 어렵다. “PP, PE 등 플라스틱 종류가 용기 아래에 적혀 있긴 하지만 혼합된 경우가 많다. 재활용 가치가 없고 깨끗하게 씻지 않아 다 쓰레기가 된다.”
재활용 시장에선 종이가 귀인이다. 분류하기 쉽고 오염이 적은데다 밀도가 높아서다. 강씨는 “무게당 가격을 계산하니 스티로폼처럼 부피가 크고 가벼운 품목은 선호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종이 등)만 들고 오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와 계약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서비스로 치워준다”고 했다.
두려운 것은 재활용품 가격의 유동성이다. 강씨는 “계약할 때 6개월에서 1년치를 선납한다. 근데 가격이 폭락하면 팔 곳이 없는데 선납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재활용품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재활용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2018년 일어난 폐비닐 대란이 대표적이다. “비닐을 팔 곳이 없어 안 들고 가겠다고 했더니 다른 재활용품도 팔지 않겠다고 하더라. 20만원을 내고 비닐을 가져와서 15만원 들여 소각했다.”
당시 폐비닐 대란은 환경부가 나서서 일단락됐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비닐이든 플라스틱이든 재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민간업체는 언제라도 손 털고 돌아설 테니까. 우리는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셈이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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