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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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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서는 안 되는 질문들

등록 2023-01-15 00:52 수정 2023-01-15 07:09

먼저 조사 기간부터 정정해야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022년 11월24일(서류상 시작일)이 아닌 12월21일(첫 현장조사)에야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며 진상조사가 뒤로 밀렸기 때문이지요. 2023년 1월17일 종료를 앞둔 국조특위의 실질적인 조사 기간은 한 달도 채 안 됩니다. 꽃다운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숨진 10·29 이태원 참사에 우리 사회가 배정한 진상규명의 기간입니다.

지난호에서 한 주간 국회에 제출된 1천여 쪽 자료와 기관보고, 현장조사 내용을 들여다보고, 국정조사로 새롭게 밝힌 사실과 여전히 남은 의문을 정리했습니다. 자료는 방대했지만 막상 열어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참사 전 치안 관련 회의 내용 등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요구한 자료의 절반가량이 보안을 이유로 비공개됐습니다. 그나마 제출한 자료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것이었습니다. 해마다 배치된 경찰 인원 현황은 작성한 기관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 취재에 애먹었습니다. 담당자들은 자료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 취재조차 “답하기 곤란하다”며 받지 않았습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들어온 11건의 압사 관련 112신고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던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자기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다.”(정대경 서울청 112상황실 팀장) “코드 제로(0) 신고가 (하루) 100여 건씩 된다.”(김광호 서울청장)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위험 인지 체계의 어느 부분이 틈새인지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나마 서울시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각각 참사 당시 활용한 카카오톡 채팅방(‘모바일상황실’) 내용과 용산경찰서의 112무전망 등이 확보돼 참사 직후 경찰·소방·의료진의 대응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인파 관리보다 교통 통제에 매달린 정황과 사망자가 임시영안소에서 수도권 각 병원으로 흩어진 배경 등이 그 안에 간접적으로 담겼습니다. 자료가 없거나 생략한 내용은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었습니다.

국회의원 17명이 참여한 진상조사지만 여전히 현상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원인, 특히 정부 컨트롤타워의 부실한 대처 배경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1월17일까지 열흘이 남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지요. 국조특위가 다 소화하지 못한 의혹은 독립조사기구를 설치해서라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참사의 진상은 10년, 20년이 지나도 계속 질문을 남긴다는 걸, 우리 사회는 이미 수많은 과거사 진상규명을 거치며 배웠으니까요.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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