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관심, 과잉 경계죠. ‘공수처 흔들기’라고 봐요.”(2021년 6월)
“뭐 하나 뚜렷하게 된 게 있나요. 공수처 위상에 맞는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2022년 1월)
불과 6개월여 흘렀건만 예상보다 온도차가 컸다. <한겨레21>은 2021년 7월 제1369호(‘공수처,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었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5개월을 짚었다. 그리고 반년 뒤인 2022년 1월 공수처 출범 1년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공수처 구상부터 탄생까지 20년 넘게 공수처 설립을 염원해온 전문가를 포함해 2021년 6월 17명, 2022년 1월 15명에게 두루 의견을 물어보는 방식이었다. 출범 5개월 때만 해도 이제 막 탄생한 신생기관에 비판이 과하다던 이들도 1년이 흐른 지금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논란, 검찰과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향후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 이첩) 갈등을 지나, 실질적 1호 사건이라는 ‘고발 사주’ 의혹에 선 그 실망이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혐의가 구체적이고 ‘손준성 보냄’ 메시지 등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수사가 개시돼서 수사가 잘 진행될 수 있는 모양은 갖춰진 상태였다. 그러나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서의 위법성 논란, 손준성 검사 조사 시기를 놓치면서 완전히 수사 동력을 잃어버렸다.”(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1차례)과 구속영장(2차례)의 연이은 청구(와 기각),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까지 더해져 수사 능력도 부족한데 인권 의식도 없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공수처의 ‘억울함’도 아예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야당 협조를 이끌어내느라 공수처 입법은 ‘타협적’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권한도 규모도 축소된 채 출범했다. 애초에 인재를 유인하기 쉽지 않은 조직 구조다.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며 법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기관 간 역할과 권한을 조정하는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데 애프터서비스(AS)에 나서야 할 국회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리고 독립성, 중립성이 강조되다보니 행정부 어느 단위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공수처의 좌충우돌이 모두 이해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수처를 트집 잡고 싶은 이들에게 트집 잡을 거리를 쥐여주는 1년을 맞다보니 (취임 1년밖에 안 됐는데 지휘부 교체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옹호론도 크지만) 논란을 피해가려 철학도 색깔도 없는 ‘무색무취’한 공수처장을 택해서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우회적 비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공수처는 존재 자체로 검찰을 견제한다는 의의가 있다. ‘공수처 폐지론’은 구호에 그칠 테다. 다만 ‘폐지론’까지 불거졌다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1988년 출범한 헌법재판소보다 수사기구인 공수처는 업무 영역이나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다. 그래서 자리잡기가 더 어렵고 힘들지 모른다. 공수처가 설립 목표에 부응하는 출범 ‘2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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