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라고 적고 나면 어딘지 마음이 웅장해지지만, 자칫 과장 아닐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단 위드 코로나 ‘시대’를 가정하고 취재는 시작합니다. <한겨레21>을 꾸준히 본 독자(정기독자 만세!)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위드 코로나’(제1381호)는 감염병 시대를 선언하고 정리한다는 점에서 2020년 5월 ‘코로나 뉴노멀’(제1315호)과 짝을 이루는 잡지입니다. 그때는 감염병 이후(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했습니다. 막상 ‘이후’가 됐어야 할 시점에 이르러 감염병과 함께를 이야기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시대론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적는 일은 마음이 찌릿하지만, 시대를 논하기에 지나치게 작고 사적인 건 아닐까 고민합니다. <21>을 꾸준히 본 독자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위드 코로나’ 기사에 등장한 사람들은 많게는 서너 번 이미 <21>에 코로나19 앞의 속마음을 들려준 사람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터졌을 때, 이 감염병 꽤 오래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올 때, 잠잠한 듯하더니 다시 번졌을 때마다 각자의 사정, 고민, 기분을 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1년8개월 동안 틈틈이 속 얘기를 들어온 덕에 우리는 대구 고깃집 김 사장님의 사적인 ‘공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보통 ‘K자형 회복’ 하고 마는 벌어짐의 정도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 고통 탓에 김 사장은 빚을 냈고 그 부담은 최소한 금리며 물가며 정상화된다(오른다)는 세상 앞에서 몇 배의 속도로 커집니다. 빚은 그에게 한때 구원이었고, 한때 불안이었고, 지금은 세상과 차이를 가파르게 벌리는 가속도인 셈입니다. 인천공항 청년 노동자 하덕민의 “멍~해요” 하는 말도 흘려들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해고당한 상처를 호소하던 청년의 마음에는 1년 반 만에 분노가 아닌 ‘무기력’이 자리잡았습니다. 꿈꾸지 않습니다. 숙련을 키워 더 나은 일을 찾겠다는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 취업자 수의 증감을 아무리 따져보아도 알기 어렵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2020년 12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처럼, 아무리 몸을 갈아 일해도 오늘보다 내일 일터의 상황은 악화하리라는 ‘암담함’을 말합니다. 의료체계가 그대로인 채 방역만 완화되면 정해진 소수의 사람에게로 감염병의 고통은 쏠릴 테고, 그 사람이 바로 병원에 남은 내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들 앞의 세계는 크게 흔들리며 변해버렸습니다.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이들 시점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는 과장이, 아닙니다.
공포, 무기력, 암담함…. 이 사적인 누군가의 감정과 그에 대한 태도가 모여 결국 시대를 이루는 것이라고, 기사를 써놓고 나서야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들의 것이지만 그들만의 것은 아닐 그 미묘한 마음을 좇으며 <21>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좀더 잘 고민해보겠습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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