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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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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떠나요, 그곳으로

등록 2021-05-07 18:38 수정 2021-05-10 04:54
1362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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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5일 일요일 오전 10시51분, <한겨레21> 기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 전남 목포 전경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전 목포 잘 도착했네요. 내리자마자 바다 냄새 났어요.” 전남 신안 증도 우전해변으로 간 이정규 기자의 신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낮 12시25분, 전남 해남 남파랑길 37코스를 걷는 박다해 기자가 고사리밭길과 바다가 어우러진 사진을 보내며 답합니다. “너무 예쁘고, 너무 힘드네요.” “날씨 좋아서 다행이네요.” ‘길 걷기 생태여행’을 기획한 김선식 기자가 말합니다. 해파랑길 1코스를 걷던 제가 부산 이기대공원의 해안 절벽 사진을 보내며 썼습니다. “(구조) 헬기 불러야 할 것 같아. 1시간 반 걸었는데 공원 반 왔어.”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생태여행과 걷기여행길’을 다룹니다. <한겨레> 여행기자로 2년간 일한 김선식 기자가 해외여행이 가로막힌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국내여행을 제안합니다. 도시에서 탈출해 자연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인 ‘생태여행(생태관광)’입니다.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주민 삶의 질을 보장하며 해설과 교육을 수반하는 여행이라고 국제생태관광협회는 정의합니다.

대표 여행지로는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소나무 숲길을 첫손에 꼽습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오지, 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는 수령 200년 이상인 소나무만 8만5천 그루가 있답니다. 문화재 복원용 소나무 4137그루, 수령 500년 이상 보호수만 3그루가 사는 그 숲은 아무나 들어가서 걸을 수 없습니다. 그 일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숲길 7개 구간 79.4㎞는 2011년 조성됐지만, 매해 봄~가을에만 가이드 동반 예약탐방제로 문을 엽니다. 숲에 사는 동식물과 여행자가 공존하는 방법을 마을 주민들이 찾아낸 겁니다.

탐방로가 열리면 마을 주민들은 여행자들에게 숲 생태와 마을 문화를 알립니다. 동행하며 가이드(숲해설) 하고 현지 나물과 밥을 담은 점심 도시락도 준비합니다. “마을에서 적잖은 소득원”입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여행자 수와 마을 소득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금강소나무 숲길은 2021년 5월8일 다시 열립니다. 김선식 기자가 4월21일 한발 먼저 다녀왔습니다. 지난 반년 동안 전면 통제됐던 숲길은 들숨이 가득 차 폭신했습니다. 밟히지 않으면 흙 알갱이, 낙엽 조각 사이에 길도 숨을 쉰답니다. 옛 보부상이 다녔던, 굽이굽이 휘돌아 있는 길을 걸으며 보부상의 흔적도 발견했습니다. 학교, 일터로 다녔던 마을 주민의 추억도 들었습니다.

<한겨레21>은 ‘생태여행’을 조금 더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샛강 생태공원(약 2.5㎞)부터 해남 달마고도(17.8㎞)까지 길고 짧은 걷기여행길 10곳을 선정했습니다. 경기도 수원 화성 성곽길(5.7㎞)처럼 낯익은 곳도, 강원도 강릉 대관령 소나무숲길(6.3㎞)처럼 낯선 곳도 포함했습니다. 기찻길을 따라(경북 봉화 낙동강 세평하늘길 12.1㎞), 능선을 따라(강원도 정선 운탄고도 7㎞), 해안을 따라(경남 창원 저도 비치로드 6.5㎞) 걸을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화창한(비 오는) 봄날, 서울을 떠나 나 홀로 또는 동행자와 함께 자연과 문화,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봄소풍, 그 현장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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