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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그러면 집값이 내릴까요?

등록 2021-04-10 02:34 수정 2021-04-10 10:48

시장을 모르는 소리, 라는 말은 꽤 강력해서 듣는 순간 움츠립니다. 필요한 데 자원을 몰아주는 시장의 효율성과 절묘한 가격 결정에 새삼 경탄한 일이 많습니다. 완벽한 실패로 귀결한 정책을 두고서라면 한층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내, 그러므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시장을 내버려두라는 분노가 턱밑까지 찹니다.

‘내 투자 LH 투기’(제1357호)에 담은 세 가지 시선은 어쩌면 누군가한테 부동산 시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시장을 모른 척하는 소리입니다. 시장을 몰라야 했다고 쓴 글입니다. 기사를 쓰며 편집장한테 조금 항의하긴 했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가장 절박할 질문, ‘그렇게 하면 집값이 내리나요?’에 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은 인간의 기본권, 이어야 한다고 여전히 굳게 믿습니다. 실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실물시장을 넘어, 부채를 낀 수요와 거품이 낀 공급이 만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격을 이루는 투기적 자산시장이 돼버린 부동산을 앞에 두고, 다시 돌아가 ‘집은 기본권’이라고 말하는 일은 어딘지 멋쩍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대체 언제부터 무엇이 집을 이렇게 만든 걸까, 되짚어보고 싶은 호기심은 생겼습니다. 자료와 법을 뒤졌습니다.

어떨 때는 대대적인 대책(공공기관 정상화), 어떨 때는 법 개정(택지개발촉진법), 어떨 때는 지침 끝자락 별표로 따로 적은 자잘한 분류 변경(택지공급 가격 기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정책이 최소한 지난 20여 년 동안 켜켜이 쌓여왔습니다. 방향은 대체로 일관됩니다. 아파트 분양 가격은 공공의 통제에서 시장 자율로, 공급 주역도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갔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공공에서 시장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렇게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마저 ‘공’기업이 아닌 공‘기업’인 모습이 됐습니다. 법조항 하나, 지침 하나 바꾸는 매 순간 분명 이런 말들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시장에 유인이 있어야 공급이 있다. 공공은 민간의 창의성을 잠식한다. 언젠가 수요와 공급이 만나 적절한 가격을 찾을 거다. 모든 재화 시장은 그렇다. 비대한 공공부문이 만악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결국 시장을 몰라서, 시장을 외면해서 실패했다. 끝까지 고민하다가 기사에서 지운 말이 있습니다. 땅에 얽힌 이 크고 작은 정책에 ‘우리가 살아온 2000년대가 담겨 있다’는 문장입니다. 공공의 자리를 좁히고 시장에 자리를 내준 부동산 정책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아, 2021년에 이 단어를 정말이지 적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그 시절 공공성 후퇴 속에 염려하던 숱한 것 가운데, 부동산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공공이 제자리를 되찾으면 당장 집값이 내릴 수 있다는 것인가? 묻는다면, 여전히 자신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 기사 댓글에도 낙담이 이어집니다. “허탈감, 자괴감만 든다”고, “결국 민간업자와 투기꾼만 배 불렸다”고 적힙니다. 공감합니다. 대개 같은 마음이라는 게 막막하고 무섭습니다. 그런데도 기사는 왜 쓰였는가? 어쩌면 위로의 가능성입니다. 여전히 집은 명백히 기본권이며, 그러므로 다른 재화와 같을 수 없고, 자산으로서 집이 아닌 기본권으로서 집을 지키겠다고 순진하게 말해주는 공적인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적어도 아파트를 보며 느끼는 분노·두려움·불안이 지금만큼 크지는 않을 테니까요.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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