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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백신불안

등록 2020-10-23 18:51 수정 2020-10-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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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플루엔자(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10월22일 현재 25건이라고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추산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독감백신 접종 이후 숨졌다고 신고된 사례(25건)와 맞먹습니다. 2009년 8건, 2014년 5건을 제외하면 해마다 0~3건에 불과했던 백신 접종 뒤 사망 사례가 올해 부쩍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해석이 분분합니다.

첫째,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흰색 침전물이 나오면서 백신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컸습니다. 그에 따라 이상반응 신고가 이례적으로 많았고, 관련 백신을 접종한 경우 질병청이 개별 연락해 이상반응도 확인했습니다.

둘째, 접종 인원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10월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 명 넘는 고령자(만 62살 이상)가 백신을 접종했는데, 첫날에만 180만 명이 줄을 섰습니다. 백신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접종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층의 건강에 악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환절기에는 기저질환이 악화하거나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이 많이 발생하니까요.

백신 접종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지만, 질병청은 ‘독감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백신의 독성물질과 이상반응으로 분석합니다. 같은 백신을 접종한 많은 사람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기에 백신이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증후군 같은 예방접종 부작용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이후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접종 뒤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양쪽 팔다리 근육이 저하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데, 감염 뒤 2~3주가 지나서 증상이 생깁니다. 독감백신 관련 사망으로 확인된 사례(2009년 1건)가 길랭·바레증후군이었다고 합니다.

최근 잇따르는 사망 사례가 이같은 부작용인지는 더 따져봐야 합니다. 다만 발현되는 증상이 일치하지 않고 백신 제조사와 생산고유번호도 달라 관련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래서 질병청은 예방접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0월22일 국정감사에서 “예방접종엔 적정한 시기가 있어서 (독감백신 접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독감에 걸려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3천 명이나 되니까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위기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의사들에게 독감백신 접종을 일주일간(10월23~29일)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의료기관의 불안감이 높다며 부검을 통해 사인과 병력 조사 등 병리학적 소견을 규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과적으로 백신을 둘러싼 우리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만 갑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수그러들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합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덧붙임. 제1334호에 실린 ‘우리는 손정우의 이름만 알 뿐’이라는 제목의 n번방 재판 방청기에서 “강훈이 신상정보 공개 취소소송을 했다가 기각됐다”는 부분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의 오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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