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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호 표지이야기 ‘공황사회’를 쓰면서 넣을지 뺄지 며칠 고민한 내용이 있습니다. 어쩌면 기사를 쓴 동기일 수 있고, 이 기사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일 수도 있는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첫 삽 떠놓고 완공식까지 할 수는 없다’는 심정으로 훗날을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공황장애가 사회적 질병이라면, 해법도 사회 변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 혹은 주장이 그것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편집장에게서 첫 독자 반응을 전달받고 ‘흠칫’했습니다. “제1300호 잘 읽었습니다. 공황사회 특집을 읽으며 다소 절망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알겠는데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우울함이 들었습니다. 이 해법 역시 각자 찾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기사에 담지 않은 기자의 심중을 단번에 꿰뚫는 독자의 예리함에, ‘아 썼어야 했나…’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사실 주류 정신의학·심리학에서는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을 개인의 취약성이나 뇌기능 이상에서 찾습니다.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원인을 조명하지만, ‘스트레스는 개인이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곤 합니다.
비주류 학자 가운데 제 고민, 독자의 절망과 우울을 미리 간파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비주류였지만, 한국에서는 등의 저서로 대중적 사랑을 받은 에리히 프롬입니다. 사회심리학 창시자인 프롬도 처음엔 환자의 병든 마음을 잘 고쳐서 사회에 적응시키는 개인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열심히 치료받고 나은 환자들이 사회에 나가 경쟁·해고·노후불안으로 다시 병들어 돌아오는 비극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지요.
프롬은 개인화한 심리치료에 반기를 들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사회를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외·불안·고독·공포 등 인간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 병든 사회에 있다고 믿었고, 병든 사회가 인간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려 했습니다. 프롬에 의하면, 병든 세상에 순응하거나 적응해서 얻을 것이라곤 정신병뿐입니다. 병든 세상엔 적응이 아니라 변혁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지요.(김태형, 참조)
저 역시 프롬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번엔 선뜻 인용하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사회변혁이 공허한 정치 구호로 들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구구절절 설명 대신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 소개하고 제가 살을 보탠 일화로 대신할까 합니다.
“한 마을이 있습니다. 지주가 소작농을 학대합니다. 과도한 소작료를 걷고 논밭을 일부 소작농에게만 몰아주고 때론 소작농을 개돼지 취급합니다. 건강하고 사이좋은 마을 공동체가 있다면, 주민들이 함께 횃불을 들고 싸우겠지요. 마을 사람들끼리 한 뙈기 논밭을 놓고 싸우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지주를 향해 횃불을 드는 일은 불가능할 겁니다. 오히려 지주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서로에게 혐오와 비난의 화살을 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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