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 제1282호 ‘나의 조국 당신의 조국’을 힘들게 마감했습니다. 10월5일 저녁 7시, 서울 서초역 사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 사이를 찾았습니다. 촛불을 든 이들에게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말을 걸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말문이 탁 막혔습니다. “신뢰하지 않아요.” “신뢰하는 매체가 없어요.” 10월9일 태극기와 성조기가 가득한 서울 광화문광장은 조윤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조 기자가 만난 이들도 하나같이 “기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두 달 넘게 진행되는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를 낱낱이 드러냈고, 시민들은 각각 서 있는 자리에서 사법·정치·언론 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이번만큼 언론이 매체 성격과 상관없이 광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는 모습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2009년 서울 용산 참사 뒤 거리집회,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의 광장과 거리에서 와 이 상대적으로 환영받았던 기억은 2019년 광장에서 무의미했습니다. “너희를 믿을 수 없다”는 광장의 외침에 기사를 쓴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린다는 못난 고백을 합니다.
제1283호 마감을 하고 에 쏟아지는 독자와 시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조국 장관 논란 속에 보도와 내부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며 많은 분들의 우려와 실망을 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은 과장됐고, 어떤 논란은 오해를 빚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내부인의, 공급자의 시각일 뿐입니다. 작은 팩트 하나를 건지기 위해 때로는 무모하다고, 때로는 “기자정신이 있다”고 평가받던 과거의 취재 관행이 더는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 진영과 정권에 상관없이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고위 공직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취재·보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좀더 신중하고, 엄밀한 확인을 거쳐야 하며, 보도 안에 맥락을 잘 담아야 한다는 독자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으려고 합니다. 이전 정권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며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지 다시 돌아봤습니다. 이야기를 꺼내면 끝이 없겠지만 언론은 기사와 보도로 독자와 시민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이전과 다를 것입니다. 아니 달라야 합니다. 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도 무력감에서 벗어나겠습니다. 제1282호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박서진 독자의 의견 한 토막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 독자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다르지만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함께 대화해보는 것이 2016년 촛불 이후 더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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