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 (왼쪽)
“그래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보니 홍콩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아?”
8월29일 저녁, 제1278호 (뒷면) 표지 ‘우산은 우산을 낳았다’ 기사를 모두 마감하고 만난 홍콩인 친구 에밀리(가명)가 제게 물었습니다. 침사추이 인근 한 식당에서였습니다.
언론 보도 내용만 보면 홍콩섬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무간도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은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마음속은 저마다 복잡할 것입니다.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주말 집회에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일주일간의 홍콩 현지 취재를 되돌아봤습니다. 홍콩 사람들이 홍콩을 떠나고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으로 들어온다면, 홍콩에서 중국 본토인의 비중은 커질 것입니다. 자료를 보면 이미 200만 명에 가까운 중국 본토인이 홍콩 반환 뒤 홍콩으로 향했습니다.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는 언젠가 끝난다고 해도, 홍콩과 중국의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중국 본토인 수가 더욱 늘어나 홍콩 사람 수와 비슷해지면 중국 정부는 그제야 직선제를 허락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친구는 “우울한 전망이긴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홍콩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국인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공산당 정부가 통제하고 조작하는 ‘가짜뉴스’만 보는 중국인들은 홍콩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홍콩을 혐오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들은 중국인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 중국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중국인이지만 홍콩 사람들이 반송중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중국 공산당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이며 독재에 반대한다. 나의 부모님은 1989년 천안문 광장 시위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중국인은 홍콩 시위대가 모든 중국인을 적으로 삼는 것은 우려했습니다. “모든 중국인을 적으로 돌리고 조롱하면 안 된다. 그러면 나처럼 중국 정부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고 홍콩 상황에 공감하는 중국인도 등을 돌리게 된다.”
순간 홍콩의 반송중 시위와 한국·일본 갈등이 겹쳐 보였습니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욕을 꺾기 위해 우리는 일본의 양심세력과 연대해야 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를 원하는 홍콩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중국인과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8월25일 오후 5시30분께 ‘펑’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거리를 덮었습니다. 홍콩 췬완공원 인근 교차로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이 최루탄을 쏘았습니다. 기자의 눈에선 눈물이, 코에선 콧물이 마구 흘렀습니다. 그렇게 질질 짜다가 떠오른 문장은 이상의 시 ‘거울’입니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반송중 시위대와 홍콩 경찰은 언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악수할 수 있을까요. 중국과 홍콩이 악수하는 날은 올까요.
이재호 기자 ph@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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