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데려다가 일을 시켰으면 곱게 돌려보내줘야지요.”
8월 여름의 한가운데서 만난 우키시마호 유족회 한영용(77) 회장의 목소리는 서늘했습니다. 제1275호 표지이야기 ‘돌아오지 못한 귀국선’ 우키시마호를 취재하면서 들여다본 일본 식민지배 후반부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의 삶은 처참했습니다.
“24살에 강제징용돼 미사와 비행장의 활주로, 비행기 격납고 작업에 동원됐다. 늘 굶주렸고 폭행에 시달렸다.”(1943년생 김동천) “많은 한국인이 발과 허리를 다쳐 장애인이 됐다. 배급된 쌀은 간부 주머니로 들어가고 우리는 감자와 호박만 먹었다.”(1924년생 김태석) “월급은 본국으로 보낸다 들었는데 송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1928년생 전우영)
책 (사이토 사쿠지 지음, 1996년)에서 확인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증언입니다. 지형이 험악하고 기후가 혹독한 시모키타반도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은 일본인이 꺼리는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했고,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견디며 광복을 맞았지만 이들은 딱 9일밖에 그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부산항으로 갈 예정이던 우키시마호가 마이즈루 앞바다에 침몰하면서 그들의 삶은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그리고 74년이 지난 2019년 물에 잠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있습니다. 쇠 린 마웅(23). 미얀마(버마) 출신 이주노동자입니다. 그는 지난 7월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저류시설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한국인 노동자 안아무개(29)씨와 구아무개(65)씨와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주검은 8월6일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배했고, 한국은 미얀마를 식민지배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유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쇠 린 마웅은 한국이 강제징용한 노동자도 아니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광업·제조업·농어업·축산업 등)을 하고, 열악한 환경(비닐하우스 등)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은 비슷합니다. 그렇게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되레 혐오 대상이 되는 것도 닮았습니다. 공당(자유한국당)의 대표가 외국인에게 임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거든요.
일본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인종차별 수모를 겪은 우리가 일본을 이기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불매운동’만이 아닙니다. 우리 안의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도 함께 몰아내야 합니다. 오늘(8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74주년 광복절 경축사의 한 대목으로 이 글의 마지막을 갈음하려 합니다. “일본이 이웃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랍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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