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제1272호 마감날이었습니다. 제1271호 표지이야기 ‘부서진 질서, 무너진 삶’ 기사를 마감한 뒤, 다음호 ‘21 토크’에 어떤 내용을 풀어낼지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오전 내내 고민하는데 두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모두 4개 장으로 엮은 기사의 마지막 장에 언급했던 20대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날 인터넷에 노출된 기사의 마지막 장을 보고 연락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중공업으로 힘들어하는 또는 새로운 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합니다. …기사를 보는 내내 떨었습니다.”
문자를 여러 차례 찬찬히 곱씹으면서 저 역시 떨렸습니다. 울산 동구에 머물렀던 6주 내내 저를 괴롭힌 고민은, 주요 언론이 수차례 또는 수십 차례 보도했던 울산 동구로 왜 이 또다시 내려가 누구를 만나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지였습니다. 그 물음에 나름의 답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울산 동구 사람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만났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이야기가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이후 울산 동구 사람들이 겪은 다양한 충격파의 한 단편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서울로 돌아온 6주 내내 A4용지 190쪽에 이르는 기록 가운데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려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몇 줄의 문장, 몇 개의 단어만으로 구조조정 뒤 새로운 환경으로 내몰린 울산 동구 사람들이 느낀 순간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표현해내기도 어려웠습니다. 한 줄의 문장을 고치고 다듬다가 1시간을 훌쩍 넘긴 날도 허다했습니다. 전문가와 학자를 찾고, 책과 논문을 뒤져도 이야기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산업도시의 그 다음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기사를 마감한 뒤에도 아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받은 두 통의 문자메시지여서 순간 울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장이 떠난 도시-울산 동구 편’은 울산 동구라는 한 공동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기사는 결코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기존 다른 기사들보다 분량이 몇 배가 됐는데도 차고 넘치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덜지 못했습니다. 하나하나 애달프고, 뜨거운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것까지 물어봐요?” “자기소개서 쓰는 줄 알았어요.” 취재에 응해준 울산 동구 사람들과 한나절 대화하다가 종종 들었던 우스갯소리입니다. 불쑥 내려온 이방인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때로는 가족 사이에서 터져나온 갈등과 회복의 이야기까지 들려준 울산 동구의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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