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판결문이 욕을 많이 먹었지만 사실 상당히 잘 쓴 판결문이에요.”
의아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1심 판결(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조병구 부장판사)을 두고 그동안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학자의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소들을 다 다퉜어요. 대부분 판결문에선 그냥 대충 퉁치고 말죠. 예를 들어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를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대신 ‘폭행·협박이 행사됐음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식이에요. 이렇게 판단해버리면 폭행·협박 정도가 충족이 안 된 건지,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한 건지 모르잖아요. 근데 안희정 1심 재판부는 되게 상세히 썼어요. 덕분에 재판부가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상을 갖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다 까발려지기도 했고요.(웃음)”
안 전 지사 1심 판결문은 114쪽, 2심 판결문은 88쪽입니다. 다른 판결문들을 들여다봤습니다. 아내의 불륜을 놓고 다투다 살해한 사건은 6쪽입니다. 여성의 다리를 불법 촬영한 사건에 무죄를 내린 판결문도 6쪽입니다.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부가 ‘성실하게’ 판결문을 쓴 덕에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되고, 위력을 사실상 유형력으로만 해석한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판시한 판결문이 나와야 재판 과정에서 언어로 표현되지 못했지만, 판사들이 인지했던 자유심증이 어떻게 검토되고 판단됐는지 표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은 2008년부터 해마다 사회에 기여한 ‘올해의 판결’ 기획 기사를 써왔습니다. 2018년은 ‘올해의 판결’ 대신 2018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젠더 이슈를 결합한 판결을 분석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와 함께한 기획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류이근 편집장의 “장장 2년에 걸친 기획”이라는 농담(이 맞겠죠?)에 저와 진명선, 조윤영 기자는 ‘2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쉬운 취재가 없지만 특히 이번 취재는 더 쉽지 않았습니다. 조윤영 기자는 대구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 인터뷰를 못하겠다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와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통화하고 만났던 피해자도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기사화를 원치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기사 마감 뒤, ㅇ의료원 내 성폭력 피해자인 우영아(가명)씨가 반가운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자님, 가해자한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대요. 도움 주셔서 감사해요.” 우씨는 가해자들과 ㅇ의료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함께 낸 상태입니다. 회사 쪽의 직장 내 성폭력 방치 책임을 인정한 ㄱ제빵회사 판결처럼 우씨도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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