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총 맞았습니다. 웬만하면 군사용어는 안 쓰려 하지만, 제 심경이 딱 그렇습니다. 1월 초 회의에서 ‘최저임금 실전 편’을 쓰면 좋겠다는 구둘래 편집팀장의 한마디에 제 심장은 총 맞은 것처럼 구멍이 났습니다.
1개의 기사로 의무 방어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며 최저임금 실전 편은 ‘설합본특대호’의 12개 기사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습니다. 지난 4년간 에서
5명의 편집장과 함께 한가위·설 합본호를 만들었는데, 아마 가장 ‘하드’한 주제였을 겁니다.
‘최저임금, 2019년판 완벽 가이드’ 중 ‘1부 노동자 편’에서 ‘최저임금 가족’을 맡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1년 만에 16.4% 뛴 2018년 한 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가족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했습니다. 3인 가족이면 어림잡아 가구소득이 월 50만~60만원 오르는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주변에는 최저임금 가족이 꽤 있었습니다. 청소노동자 어머니와 경비노동자 아버지와 대기업 계약직 아들, 요양보호사 부모와 아르바이트 아들, 사회복지사 예비 부부, 식당노동자 어머니와 경비노동자 아버지와 한전 자회사 하청업체 직원 아들. 그러나 오랜 설득에도 부모님들은 “남사스럽다”는 이유로, 자녀들은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사는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기본급이 찍힌 월급명세서를 받은 노동자 개인의 삶에 희망이 움트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무래도 노동자 편 기사를 준비하다보니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러나 ‘2부 사용자 편’ ‘3부 나,너,우리 편’을 취재하는 동료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나 소비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을 두고 마음이 여러 갈래입니다. 생활에 치이는 노동자로서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으로 계속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로서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육아도우미)에게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월급을 주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월급을 더 올려줘야 하나 고민이 되거든요.
또 아파트 입주민으로서도 갈등이 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지 않으려 경비노동자들을 강제적으로 쉬게 하는 행태에 분노하면서도, 지금 관리비 고지서에 찍히는 경비 비용 ‘2만7천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다들 비슷한 고민이 하나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동자 편, 사용자 편, 나·너·우리 편에 등장했던 최저임금 사행시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써봤습니다.
이번엔 기자 편입니다.
최.고로 힘들었습니다, 최저임금 기사 마감.
저.에게 하필 기사가 떨어졌지 말입니다.
임.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금.방 마감이 또 찾아왔습니다.ㅠㅠ요.
서보미 기자spring@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배우 김새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눈살 찌푸리게 한 금남로 극우집회, 더 단단해진 ‘광주 정신’
김새론 비보에 김옥빈 ‘국화꽃 애도’…지난해 재기 노력 끝내 물거품
계엄군, 국회 본회의장 진입 막히자 지하로 달려가 전력차단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단독] 명태균 “오세훈 ‘나경원 이기는 조사 필요’”…오세훈 쪽 “일방 주장”
대통령실, 광주 탄핵찬성 집회 ‘윤석열 부부 합성 영상물’ 법적 대응
질식해 죽은 산천어 눈엔 피가 맺혔다
대통령·군부 용산 동거 3년…다음 집무실은? [유레카]
국회의원 면전서 “X신”…김용현·여인형의 안하무인, 내란 징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