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이 한창이지만 겨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빙산의 몸통’은 너무 거대해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호(제1222호) 표지 기사 ‘국정화 조연들, 굴종의 역사’는 ‘사관의 심정’으로 그 몸통을 드러낸 기사다. 청와대와 교육부 장관 등 국정화를 앞장서 추진한 주연뿐 아니라, 손발 노릇을 충실히 이행한 교육부 공무원 등 조연들도 역사 앞에 서게 했다. 기사를 쓴 전정윤 사회팀장을 불러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의 주연뿐 아니라 조연까지 다룬 이유는.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대통령이 무슨 천지창조 신도 아니고 “정책을 추진하라” 말만 하면 단번에 추진되는 게 아니다. 잘못된 정책, 나쁜 정책이 구체화하고 현실화하기까지는 밑에서 열심히 제 몫의 위법과 부당 행위를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훗날 문제가 되면 “위에서 시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변명하고, 주연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시켜도 안 해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들도 분명 있었다.
국정화처럼 전문가와 시민들의 압도적인 반대가 있었던 ‘올바르지 않은’ 정책이라면, 누가 어떻게 가담했는지 또 어떤 위법을 행했는지 제대로 기록하고 징계해야 다음에 다른 공무원에게 반면교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론 정부 정책에도 이제 ‘이름표’를 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도 자기 이름 다 드러내놓고 기사를 쓴다. 나랏일 잘하라고 평생 직장을 보장받고 임금도 결코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단지 ‘고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익명을 방패 삼아 ‘나쁜 정책’인 줄 알고도 가담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연들은 유명인이 아니라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았을 듯하다. 역사에 기록으로 남긴다는 사관의 심정이었겠다.
너무 거창하지만 ‘사관의 심정’으로 쓰긴 했다. 도 많이 참고했지만, 백서에 담기지 않은 이름과 얘기를 담아보려 애썼다. 국정화 반대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던 역사학자, 교사 독자들이 ‘기록’으로서 가치를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
취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한 분들 대다수가 국정화 반대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이분들이 우리 아이들 손에 ‘국정교과서’라는 괴물을 쥐어주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안다. 당시 나는 교육 담당 기자였다. 대다수 역사교사·역사학자·역사단체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레이저’를 맞으리란 걸 알면서도 국정화에 반대했고, 실제 포상·학술지원 배제 등 불이익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 이런 전문가 집단이 있다는 것에 무척 놀라고 감동받았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보상해주는 것도 아닌데, ‘국정화 청산’ 마무리까지 그분들이 하는 걸 보니 울컥했다. 이 기사도 사실 그분들의 노고에 대한 일종의 헌사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내가 만일 4대강 사업 추진에 관여한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출입기자였다면 지금쯤 ‘4대강 사업 조연의 역사’를 쓰고 있지 않았을까.
1221호를 읽고류우종 기자의 포토² ‘섬마을 선생님과 이건이’ 기사는 많은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전남 보성 벌교의 작은 섬 장도의 하나뿐인 학교인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에서 날마다 펼쳐지는 6학년 김이건과 김성현 선생님 둘만의 ‘특별한 수업’은 많은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류 기자의 글과 사진에 격하게 감정이입을 한 독자가 있었다. 출판사 창비 어린이문학팀장이었다. 시골 출신인 그는 ‘시골 어린이’ 이건이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류 기자의 사진 속 이건이가 들고 있던 책은 창비에서 출판된 였다.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창비는 이건이에게 어린이책 한 상자를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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