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제공
너무 아프고 소중해서 온몸 구석구석에 나눠 조심히 숨겨둔 슬픔이 있었다. 이후 몇 년을 앓았지만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세상과 때로 악수하고 때로 뺨을 후려치는 문학을 기다린다’는 손바닥문학상의 기사를 보고 슬픔이 새겨진 내 손바닥으로 세상의 뺨이나 후려치자고 결심했다. 그러자 구석구석 숨어 있던 슬픔이 울컥울컥 쏟아져나왔다. 흩어져 있던 슬픔이 모여 어설프지만 한 편의 글이 되었고, 감사하게도 그 글이 에 실리게 되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조금 더 기다리자 정말 내 글이 지면에 실렸다. 타지에 살고 있어 종이에 새긴 활자로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노트북을 켜 내 글을 검색하면 화면에 내가 쓴 문장들이 떴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그 글이 멀리 시집보낸 자식 같기도, 다 아물지 않은 상처 같기도 해서 종종 글이 실린 페이지를 찾아 들여다봤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달아놓은 댓글을 보고 많이 울었다. 단 한 사람이었지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내 짧은 글을 읽고 답을 해주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슬픔만 새겨 있던 비루한 내 손바닥을 아주 따뜻하고 말랑한 손이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뺨이나 후려치려 내민 손을 잡아준 많은 손들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슬픔을 비워냈다. 그리고 빈 자리에 다른 이야기를 들여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당신의 슬픔을 또는 기쁨을, 진심을 가만히 그려본다. 당신의 손바닥에 새긴 이야기는 어떤 모양일지 생각한다. 두 달 뒤쯤 내가 사는 이곳에 당신의 이야기가 도착하면, 거울 속 나를 보듯 당신의 문장들을 소중히 살필 것이다. 시인 박준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여전히 슬픔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울고 아파하는 거라고 믿는다. 당신이 악수를 하겠다면 나도 악수를, 뺨을 후려치겠다면 나도 따귀를 때려줄 것이다. 당신이 이 세상에 온기를 만들어내겠다면 나도 내게 있는 아주 조금의 따뜻함을 보태줄 것이다. 이미 당신의 이야기를 들여올 자리를 만들어두었다. 그러니 써주기를 바란다. 당신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
공모 안내
■대상
논픽션·픽션 불문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주제나 소재로 한 문학글
■분량
200자 원고지 50~70장
■응모요령
한글이나 워드파일로 작성해 전자우편(palm@hani.co.kr)으로 접수
[제9회 손바닥문학상 공모]_제목_응모자 이름 형식으로 전자우편 제목 작성
응모자 연락처 필히 기재
■마감
11월20일(월요일) 밤 12시
■발표
12월11일(월) 발행되는 제1191호(12월25일치)
■문의
palm@hani.co.kr (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상금 및 특전
대상 300만원, 가작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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