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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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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고통

등록 2017-05-30 17:02 수정 2020-05-03 04:28

동아시아의 지도를 펼쳐 듭니다.

서쪽엔 거대한 중국 대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동북쪽에 남과 북이 70년 넘게 대치를 이어가는 한반도가 위태롭게 자리합니다. 그리고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크게 감아 안는 모양으로 홋카이도에서 저 멀리 남쪽 오키나와까지 이어지는 일본열도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중국 대륙을 감싸는 두 바다의 이름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입니다. 두 바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입니다. 중국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일본열도란 장애물을 뚫고 서태평양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담대한 도전’은 2013년 10월 시작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일 영토 분쟁을 이어가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의 너른 영역으로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2년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 조처 이후 삐거덕대던 중-일 군사적 긴장이 결정적으로 고조됩니다. 일본 방위성 자료를 보면 2008년 237회에 불과하던 일본 항공자위대의 긴급발진 횟수는 구역 확장 직후인 2014년엔 943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중국은 2016년 12월 자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을 이끌고 처음 서태평양까지 진출해 원양 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맞선 미-일 양국의 선택은 미-일 동맹 강화였습니다. 두 나라는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해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미-일 양국은 이제 한국을 향해 한-미-일 3각 동맹을 심화해나가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지도를 다시 볼까요. 중국에서 서태평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닷길은 두 개뿐입니다. 하나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사이를 잇는 일본의 난세이제도를 돌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을 지나는 것입니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 개편 계획을 진행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거대한 삼각형을 구축하는 중입니다. 그 동쪽 끝이 현재 미 해병대의 강습함이 주둔한 나가사키의 사세보, 아래쪽 끝은 오키나와 현민들의 강한 반대운동이 진행 중인 오키나와의 헤노코, 그리고 북쪽 끝이 한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강정입니다. 주요 2개국(G2) 대립의 여파로 2006년 경기도 평택의 비극이 발생했고, 오키나와 헤노코의 눈물이 이어지고 있으며, 강정의 구럼비 바위가 파괴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를 둘러싼 경북 성주의 아우성을 목도하는 중입니다.

지난 3주 동안 김완, 김선식, 박승화 기자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해군기지 유치 결정이 이뤄진 지 10년이 되는 강정의 사연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은 동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거대한 힘의 변화가 강정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어떻게 뒤틀어놓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볼 예정입니다. 김완 기자의 결론은 기지 유치에 “한결같이 반대해온 사람도, 반대하다 지쳐버린 사람도, 찬성했던 사람도 이제 아무도 국가를 믿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강정은 평택의 과거이며 성주와 오키나와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어디쯤에선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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