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거 없이 살아도 좋았는데, 의지가 한계를 넘지 못하는 40대가 되면서 마음 다독이는 데 좋은 경구 하나를 구했다.
“거대한 슬픔이 강인한 강물처럼 평화를 파괴하면서 그대의 삶에 밀어닥치고/ 사랑하는 것들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져갈 때/ 힘든 매 순간마다 그대의 심장에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고대 페르시아에서 비롯하여 구약성경에 재등장한 이야기를 랜터 윌슨 스미스라는 이가 시로 옮겨적었다. 원래는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덤덤하게 대하라는 뜻인데, 좋은 일이 많지 않은 필부들은 주로 좌절을 떨치려고 그 주문을 되뇐다. ‘지나가는 일이야. 다 잊혀질 거야….’
그런데 이 주문의 딜레마가 있다. ‘지나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돼야 ‘지나간 것인지’도 정확지 않다. 눈 맞은 낙엽이 얼어붙어 바스라지면 겨울이 온 것인가. 매일 생각나지 않고 길 걷다 문득 떠오르는 정도면 비로소 망각했다 할 수 있는가.
얼마나 가야, 이제 다 지났다, 말할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편집장을 포함해 기자 13명이 취재도 하고 편집도 하면서 디지털을 준비하려니 벅찼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디지털팀’을 처음 만들었는데, 그들조차 디지털과 큰 상관이 없었다. 페이스북은 열심히 했지만 디지털 언어엔 익숙지 않은 김완 팀장, 페이스북 계정만 만들어놓고 별 신경 쓰지 않은 김효실 기자, 페이스북 계정조차 없었던 남아름 등 3명은 디지털 강좌를 수강하며, 관련 책과 문서를 탐독하며, 차갑고 단단한 겨울의 땅바닥을 맨이마로 들이받아 전인미답의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그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 물었다. 얼마나 더 몸부림해야, 얼마나 더 지나야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심층 탐사보도 매체로 거듭난단 말인가. 미국 언론학자 데이비드 리페는 저서 에서 디지털 시대의 혼돈에 빠진 언론이 ‘재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을 추정한 바 있다. 1880년대부터 시작된 오늘날 ‘대중언론’ 모델은 1930년대에 이르러 정착했다. 이전 ‘정파언론’ 모델과 완전히 결별하는 데 50년이 걸린 셈이다.
인터넷 등장을 1990년대로 보자면, 우리가 겪는 이 격변은 앞으로 20여 년 더 계속될 것이다. 그래야 ‘다 지나갔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새로운 언론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때까진 실패를 감수하는 도모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그 도모 하나를 내놓는다. ‘독자와 기자가 함께 호흡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21cm’를 소개한다. 정기독자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기자들은 제 고민을 털어놓을 것이고, 독자들은 이 매체를 아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입 방법은 '21cm 과 독자의 거리' 참조)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왕자’가 말했다. 을 정기구독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21cm’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기성 언론 가운데 이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은 이 처음이다. 비슷한 시도가 있다 해도 우리의 것과는 다를 텐데, 당분간 이 커뮤니티에서 죽든 살든 결판을 좀 내보려 하기 때문이다.
한참 더 버텨야 ‘지나가게 될’ 이 시간이 저주의 시절은 아니라고 언론학자 리페는 말했다. 한 세기 만에 찾아온, 언론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이고, 바로 그 때문에 기자들 스스로 미래를 발명(invent)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라는 것이다. 원래 자잘한 것들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거대한 절망은 오히려 담대한 용기를 준다. 용기를 내어 디지털로 옮겨간다. 정기독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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