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월10일 입원 치료를 받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다시 한번 말씀드리거니와 이제 증오하고 죽이는 이런 전쟁 같은 정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4년 1월10일 서울대병원을 퇴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냈다.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하고 정치 복원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는 이 대표의 뜻에 국민의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비극마저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비정한 정치는 멈춰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채팅방 등에 나타나는 ‘이재명 피습 그 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피습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과 함께 ‘사람의 얼굴을 한 악귀’ ‘희대의 사기꾼’ 등 원색적 표현이 여전히 범람한다. 구독자가 수십만에 이르는 유튜버들은 ‘피습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이재명’이라며 여전히 정치적 폭력을 합리화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 대표를 흉기 테러한 김아무개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평소 극단적 정치 유튜브를 시청했다는 김씨는 민주주의 국가 내 ‘법의 지배’ 체제에 만족하지 못한 채 자신을 구국 영웅으로 여겨 정치인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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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치인의 언어’가 ‘유권자의 언어’를 낳는다고 말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리즘이 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건폭’(건설노동자 폭력배) ‘사교육 카르텔’ ‘연구개발(R&D) 카르텔’ 등 국민 다수를 향해 피의자를 처벌하는 듯한 검사식 정치언어를 사용해왔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습니다”라며 민생보다 철 지난 이념 전쟁에 집착했다.
<한겨레21>은 무엇이 우리 증오 정치의 토양이 됐는지 살폈다. 민주화 이후 증오 정치가 본격적으로 발화한 시점, 언론이 정치를 드라마처럼 중계하면서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토론을 가로막은 양상에도 주목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확산하는 증오 정치의 현상도 톺아봤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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