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배상’ 후폭풍이 거세다. 2023년 3월6일 외교부는 일본에는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은 채 한국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과 피해 당사자들의 뜻까지 무시하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밀어붙였다. 불과 열흘 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찾아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한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면죄부를 거듭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의 판을 바꿨다. 커다란 성공이다”라고 자평했다.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정상회담 이후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2023년 들어 처음 부정평가가 다시 60%를 넘어섰다. 60대 이상 노년층을 빼고는 비판 여론이 압도적인데 특히 20대의 이탈이 도드라졌다. 정부는 대국민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탓이라고 여긴다.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긴 23분간의 머리발언을 생방송 중계하도록 했다. 대국민 담화 성격의 연설 대부분은 ‘셀프 배상’을 통한 한-일 관계 개선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데 할애됐다.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윤석열식 한-일 과거사 해법을 두고 피해국 한국에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데 가해국 일본에선 여론조사 응답자의 65%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 미국이 반색하며 환영 논평을 내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과거사에 발목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전제 조건과 바람직한 방향이다. 누가 발목을 잡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해묵은 족쇄가 올바르게 풀리는지 따져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 과거의 불행을 털고 상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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