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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입 ‘큰 도둑’은 무죄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5-01 11:07 수정 2022-05-01 11:07
무죄 판결 직후 질문에 답하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 연합뉴스

무죄 판결 직후 질문에 답하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 연합뉴스

‘작은 도둑은 때려잡고 큰 도둑은 봐주는 세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22년 4월28일 “임 전 부장판사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이 옳다”고 판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일본 <산케이신문> 특파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관련 판결문 일부를 수정하게 하는 등 일부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그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다가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체포치상)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에 대한 판결문에서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삭제하게 한 혐의,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사건을 약식명령 처분하도록 개입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일선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합의를 거쳐 판단했을 뿐, 임 전 부장판사로 인해 권리 행사에 방해받은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대법원도 이날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됐던 판사들 중에 무죄가 확정된 6번째 사례다. 앞서 유해용·신광렬·조의연·성창호·이태종 등 전·현직 판사들도 이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 의혹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 법관 신분으로 탄핵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각하) 대 1(심판종료선언) 대 3(인용)의 의견으로 그에 대한 탄핵 심판사건을 각하했다. 헌재는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 임기 만료로 이미 퇴직한 상태라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탄핵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된다.

한편 사법농단 사건에서 처음 유죄를 선고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큰 도둑’들이 어떤 심판을 받을지 똑똑히 지켜봐야 할 터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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