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봉합’이 결국 다시 터졌다. 2021년 12월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울산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윤 후보 쪽 핵심 관계자) 문제 등을 제기하며 대선 업무를 보이콧하고 지방 행보를 하고 있었다. 울산 회동 다음날 윤 후보는 부산에서 이 대표와 함께 붉은색 후드티를 입고 “(이 대표가) 이런 옷을 입고 뛰라고 하면 뛰고, 이런 복장으로 어디에 가라면 제가 가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신뢰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불과 18일 만인 12월21일 이준석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던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전날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빚은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회의에서 조 단장은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당의 대응이 소극적이라 서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가 ‘‘윤핵관’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보도가 나오니 (먼저) 정리해달라’고 했고, 이에 조 단장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받으며 충돌했다.
애초 울산 회동을 통한 봉합이 불안한 ‘반창고 봉합’이라고 불렸던 것은 갈등의 핵심인 ‘윤핵관’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당대표의 선대위 보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퇴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12월22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윤핵관들의) 전횡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 때) ‘친박’을 넘어 진실한 사람들이라는 ‘진박’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그들의 위세가 두려워서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2016년 제20대) 총선 패하고, 국정 혼란에 빠지고, 국정농단 이후에 탄핵당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약간 트라우마가 있다. 핵심 관계자, 이렇게 해서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에 대해)”이라며 자신이 ‘윤핵관’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런 내홍은 ‘매머드 선대위’ 개편 작업을 촉발했다. 그동안 대선 전략의 핵심인 후보 일정조차 당 안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장악력을 강화해 후보 일정과 메시지를 관리하며 선대위를 효율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핵심인 ‘윤핵관’ 문제에 대해 인적 쇄신 등의 해법은 없는 상태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5선 서병수 의원은 12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윤핵관’의 소굴을 정리하지 않으면 당대표처럼 뛰쳐나갈 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사사로이 꿍쳐놓고 있는 선거캠프부터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윤 후보 쪽 인사들은 ‘윤핵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이다.
게다가 선거의 최종 책임을 진 윤 후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선대위 개편은 김 위원장에게 일임했고, 이 대표와 만나 갈등을 풀 움직임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 연일 쏟아지는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내부에서 공유되지 않아 선대위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선대위 난맥상과 배우자 의혹 검증이라는 위기 국면에서 윤 후보는 정치인의 기본 덕목인 리더십과 정치력, 투명성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시험대에 선 윤 후보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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