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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 타파, 이재명은 합니까

등록 2021-11-01 21:34 수정 2021-11-02 11:26
2021년 10월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를 찾아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10월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를 찾아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월27일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명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월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수락연설에서 “(대통령)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집권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부동산 민심이 표심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후보뿐 아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초과이익 환수 관련 법안들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불로소득 타파’에 힘을 실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학자나 연구자마다 추산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논문을 보면 “2005년 이후 15년 동안 자산에서 실현된 양도차익, 즉 자산 기반 불로소득은 총 1375조원이고, 전체 실현 불로소득 가운데 부동산 자산 불로소득이 총 1145조원으로 전체의 83.3%를 차지한다”(‘부동산 불로소득 자본주의 체제와 탈취에 바탕을 둔 축적의 특성’, <마르크스주의 연구>, 2021)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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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은 “토지 소유자들은 일하지 않고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절약하지 않고도, 잠을 자는 동안에도 더 부유해진다”(<정치경제학 원리>, 1848)는 문장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2021년 한국 정부 1년 예산(558조원)의 갑절이 넘는 1145조원 규모의 불로소득을 부동산 보유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일하지 않고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절약하지 않고도, 잠을 자는 동안에도’ 쌓아왔던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사회 구성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청와대는 2018년 3월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며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헌법에서도 토지공개념이 인정되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시한다”고 했다. ‘토지공개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당시 무산된 토지공개념 명시를 위한 개헌도 다시 추진돼야 한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이재명 후보가 수세 국면을 넘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내놓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이나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개혁성이 후퇴되지 않길 바란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기득권의 반발을 돌파할 ‘의지’와 실효성 있는 제도를 현실화하는 ‘실력’을 함께 보여줄 수 있을까.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 이재명은 합니까?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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