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으뜸가는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 하나의 지상과제가 지금 서울 여의도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로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2년 대선 승리 얘기다.
지난 네 차례 전국선거에서 헌정사상 유례없이 판판이 패배한 국민의힘은 이 지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정당사상 처음 30대 당대표를 뽑는 파격을 선택했다. 이준석 대표도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선택된 배경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지상과제 성취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대선 경선연기론이 당내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당내에선 당헌 규정대로 대통령선거일 180일 전까지(2021년 9월10일) 후보를 정하지 말고 이보다 시기를 늦추자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경선연기론에 무게를 싣는다. 반면 대선후보 여론조사 당내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 3위권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경선연기론에 반대한다. 2위인 이낙연 전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달라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선 의원 80여 명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연기 찬성 쪽은 ‘모두 마스크 쓰고 하는 경선은 흥행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이 늦어지고 있으니 우리도 경선 일정을 미뤄야 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반대 쪽은 주로 ‘원칙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지사는 “가짜 약장수들이 묘기를 부려 약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들의 동상이몽은 4년 전 대선 때도 다르지 않았다. 2016년 하반기에 후발 주자이던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 쪽은 경선 연기를 주장했지만, 당시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는 경선 연기에 반대했다. 실제 대선 결과를 보면, 1992~2012년 대선에서 먼저 확정된 후보가 모두 승리(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했다. 다만 2017년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3일 먼저 후보가 됐지만 패배했다. 하지만 이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두 후보 모두 선거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선출된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유의미하게 보기는 어렵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6월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대로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6월17일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경선 연기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에 서명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내홍이 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참신해 보이는 청년정치로 표상되는 ‘이준석 태풍’이 여의도에 상륙한 뒤, 민주당에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만의 “칙칙한 골방 이슈”(안민석 민주당 의원)에 국민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외려 ‘그들만의 이슈’로 갈등이 폭발하면 민심은 더 등을 돌릴 수도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민심을 곱씹으며 변화와 쇄신으로 당의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여의도를 달구는 지상과제를 거머쥐기 위한 민주당의 지상과제가 아닐까.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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