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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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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 임기는 유한하나 개혁엔 기한 없다

개혁 성향 정부의 마지막 1년… 안정에 치중한 마무리여선 안 되는 이유
등록 2021-03-18 10:49 수정 2021-03-18 10:49
2006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가비전 2030’ 보고회장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가비전 2030’ 보고회장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4년 개혁의 여정을 돌아본다. 때로 오해받았고, 때로 갈등에 휩싸였고, 때로 믿음을 잃었다. 틀짓기(프레이밍)의 문제일 때도, 어긋난 전선의 문제일 때도, 신뢰를 구하는 방식과 주체의 문제일 때도 있었다. 흔들렸다. 흔들림은 어김없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흔들림과 겹쳤는데, 공교로운 일 같기도 자연스러운 일 같기도 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를 빼고. 그저 2017~2021년 개혁의 여정을 생각한다. 틀짓기의 실패, 어긋난 전선, 신뢰 상실은 현실 앞에 선 모든 개혁의 고민거리다. 앞선 5명 대통령(민주화 이후) 모두 개혁을 말했고 비슷한 고민에 휩싸였으나, 누구도 성공을 말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 그다음 대통령 또한 현실 앞에 비슷한 일을 겪을 터다.
여정의 시작, 개혁과 사람에 얽힌 세 번의 변곡점 그리고 지금을 짚는다. 사소한 것 같기도, 잘 수습한 것 같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아쉬운 순간들이다. 아쉬움을 곱씹는 일은, 1년 남은 정부를 향한 뒤늦은 힐난도 무의미한 체념도 아니다. 개혁의 여정은 한 정부의 여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고, 기니까. 정부에는 임기가 있어도 개혁에는 기한이 없으니까. _편집자주



*표지이야기 2부 - [문재인 정부 4년] 국정 이슈 삼킨 ‘검찰 개혁’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90.html

2021년 3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 청와대 비서 57명(비서관급 이상, 국가안보실 제외)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청와대) 안에서 다른 직책을 맡았던 이들(취임 초부터 함께한 이들 포함) 또는 여당 소속이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은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혹은 관료다. 일자리수석은 임서정 전 고용노동부 차관, 경제수석은 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사회수석은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이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공식적 인연이 보이지 않고, 관료가 아닌 이는 4명뿐이다.

참여정부 4년차에 나온 ‘국가 비전 2030’

“문재인 정부가 ‘2기 참여정부’라거나 ‘참여정부 시즌2’라는 설명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한겨레21> 제1175호)는 얘기조차, 그러므로 옛말이다. 이제 그저 문재인 사람들이다. 당연하다. “청와대는 다 대통령의 비서들이기 때문에 친문 아닌 사람이 없는데….”(문재인 대통령, 2019년 새해 기자회견) 아쉬움은 다른 데 있다. “임기 마지막 해 안정성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려는 구성처럼 보인다. 정부 초기와 후반기의 개혁 기조가 바뀐 상황에서 마무리와 안정은 아쉽다. 개혁은 끊임없이 쇄신돼야 한다.”(윤홍식 인하대 교수)

개혁정부의 4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는 알았다. 혹은 부딪히며 깨달았다. 개혁적인 경제·사회 정책을 실행할 때조차 설득의 틀을 만드는 정치적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책이 날것으로 막 다니면서 국민과 때로는 충돌하면서, 때로는 국민들이 이해 못하는 그런 것을 저도 한 3년여밖에 있지 않으면서 지켜보게 됐습니다.”(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 개혁이 내용이 아닌 인물의 갈등으로 부각되는 것이 왜 잘못인지를. “(검찰 개혁이)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가지를 결부시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고.”(문재인 대통령, 2020년 새해 기자회견) 개혁의 바탕인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지를.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노영민 비서실장)

개혁정부의 남은 1년, 무엇을 해야 할지 참조할 사례는 숱하다. 민주화 이후 5명의 대통령을 지나왔다. 모두 개혁을 말했고 임기 말은 어김없이 왔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 열린 한 토론회(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 ‘개혁의 정치: 정책 실패와 유사 정책 반복의 개선’)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국가 미래전략 조직의 필요성” “정책 전략과 수단의 진화” “도약을 바라기보다 한 걸음씩 맞춰나가는 시간” “지식 축적과 몇십 년 이후의 리더 양성”. ‘중요한 건 문재인 정부의 성과 몇 가지보다 수십 년 뒤까지 이어질 개혁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수정하고 축적했는가에 있다’는 얘기로, 고쳐 듣는다.

참여정부 4년차, ‘국가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다. “장기 계획은 보통 사람의 세대를 생각하면 대학 졸업할 나이까지가 25년, 그러니까 미래는 25년 단위로 생각해야 하고, 정권 단위는 5년 단위이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라도 자기 임기 안에는 할 수가 없다.” ‘임기는 유한하지만 개혁에는 기한이 없다’고, 역시 고쳐 듣는다.

새로 취임한 1년 임기 대통령처럼

1년 동안 할 일 역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읍시다.”(2007년 3월 참여정부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 2020년 12월 노영민 비서실장이 인용.)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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