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드디어 1월12일 귀국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마치 ‘왕의 귀환’처럼 여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전 지구급 유명인인 그의 실물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날 그의 동선을 따랐다. 생수를 산다는 이유로 들른 편의점은 거의 초토화될 정도였다. 귀국 뒤 지하철로 이동하겠다던 그가 다시 승용차 이용으로 계획을 바꾸고, 이를 다시 지하철 반 승용차 반으로 바꾸는 진기한 일이 일어나는 통에 기자들이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가 귀국 일성으로 내놓은 메시지다. 그는 정치에 처음 투신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기성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 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요즘 제3지대 정계 개편으로 기회를 노리는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패권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덧붙인 건 같은 맥락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메시지는 과거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정치 참여를 막 선언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 때까지도 기성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포지션을 고수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권 주자로서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도 그가 기성 정치인답지 않은 상품적 ‘신선함’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안철수 전 대표를 반기문 전 총장에 자꾸 빗대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그러지 않을 도리도 별로 없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이중의 위기에 빠져 있다. 과거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층은 이제 반 전 총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쪽으로 이동한 것 같다.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이 하락하니 호남을 기반으로 한 현역 의원들도 그를 중심으로 한 독자 노선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에 더 관심을 갖는다. 안 전 대표가 밀었던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것에는 이런 점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 붕괴 시발점은 언제인가. 지난해 4·13 총선 직후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게 ‘방아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더니 기성 정치와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인식의 근거가 된 거다. 두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안 전 대표는 ‘우병우 기획설’을 제기하는데, 그런다고 무너진 지지층이 회복될지는 의문이다. 원래 ‘상품’으로서 정치인의 운명이란 게 그런 식이다.
반기문 전 총장도 시작하자마자 돈 문제와 친·인척 비리 문제에 휩싸였다. 예상된 사건이니 잘 대응할 수도 있다. 불안한 건 이게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거다. 꼭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정치인으로서 반 전 총장이 정치를 시작했을 무렵의 안 전 대표보다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계속 ‘정치 교체’를 외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정치 구호는 대중의 기성 정치에 대한 냉소적 인식에 기반한다. 그러나 결국 한국 사회의 변화를 좌우하는 건 ‘정치 교체’라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념과 비전을 근거로 한 명확한 정책적 청사진이다. 굳이 말하자면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임무는 파탄된 보수정치가 새로운 청사진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반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보수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런 정치의 성공 사례를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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