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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저마다 자식의 영정을 꽉 부여안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지친 몸뚱이에서 쥐어짜내는 애끓는 목소리로 한 사람을 간절히 찾았다. 앞을 가로막아선 경찰 병력을 향해 “기어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요”라고 절규했다. 이 나라의 국정 최고 책임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사람이었다.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소비 위축을 걱정하는, 고상한 설교였다. 감성이 토해내는 외마디 절규는 이성이 휘두르는 차디찬 언어에 맥없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덧 한 달.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참사의 상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이, 정작 참사를 일으킨 부패와 탐욕,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대하드라마의 주연배우들은 분노의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고 있다. 충격을 충격으로 떠안기는 뻔뻔함도 놀랍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세월호’란 세 글자를 맴도는 틈을 타,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2차장에 슬그머니 공안통을 임명했다. 공안 정국을 밀어붙이려고 간첩 사건 증거마저 거침없이 조작했던 정보기관의 담당 책임자 자리다. 검찰은 온갖 불법 수단을 동원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던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보조를 맞췄다. 이뿐이랴. 오래전 공영방송이길 스스로 포기했던 KBS의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욕보이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반성하자는 어린 기자들의 힘겨운 외침은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한낱 철없는 어린애들의 경거망동으로 여지없이 뭉개졌다. 우리 눈앞에서 전대미문의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이 흘렀건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참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아니, 꼬리를 무는 참사의 늪으로 더욱더 깊숙이 빠져드는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 지면에 ‘소셜의 풍요, 사회의 빈곤’이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셜펀딩, 소셜마케팅… 한순간도 쉼없이 너도나도 ‘소셜’만을 외쳐대는 소셜 천국의 나라에서, 정작 ‘사회’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사회의 재구성’이란 과제가 얼마나 소중하고 엄중하며 시급한 것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인간에 의해 자행된, 도무지 믿기 힘든 대형 참사 앞에서, 우리는 아직 개인과 국가의 이분법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자책하는 수많은 ‘나’들은 여전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를 향해 진한 울분을 토해내거나, 혹은 무기력하게 일상의 영역으로 숨어들고 만다. 하지만 국가는 결코 제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박 대통령의 섬뜩한 단어를 받아들인다 쳐도, 국가를 ‘개조’하는 건 결국 개인들의 분노와 열망이 한데 뒤섞여 분출하는 ‘사회’(the social)라는 이름의 동력이다. 세월호 참사야말로 과연 우리 삶에 ‘사회’라는 이름의 굳건한 디딤돌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보는 소중한 시험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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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저마다 자식의 영정을 꽉 부여안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지친 몸뚱이에서 쥐어짜내는 애끓는 목소리로 한 사람을 간절히 찾았다. 앞을 가로막아선 경찰 병력을 향해 “기어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요”라고 절규했다. 이 나라의 국정 최고 책임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사람이었다.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소비 위축을 걱정하는, 고상한 설교였다. 감성이 토해내는 외마디 절규는 이성이 휘두르는 차디찬 언어에 맥없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덧 한 달.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참사의 상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이, 정작 참사를 일으킨 부패와 탐욕,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대하드라마의 주연배우들은 분노의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고 있다. 충격을 충격으로 떠안기는 뻔뻔함도 놀랍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세월호’란 세 글자를 맴도는 틈을 타,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2차장에 슬그머니 공안통을 임명했다. 공안 정국을 밀어붙이려고 간첩 사건 증거마저 거침없이 조작했던 정보기관의 담당 책임자 자리다. 검찰은 온갖 불법 수단을 동원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던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보조를 맞췄다. 이뿐이랴. 오래전 공영방송이길 스스로 포기했던 KBS의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욕보이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반성하자는 어린 기자들의 힘겨운 외침은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한낱 철없는 어린애들의 경거망동으로 여지없이 뭉개졌다. 우리 눈앞에서 전대미문의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이 흘렀건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참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아니, 꼬리를 무는 참사의 늪으로 더욱더 깊숙이 빠져드는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 지면에 ‘소셜의 풍요, 사회의 빈곤’이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셜펀딩, 소셜마케팅… 한순간도 쉼없이 너도나도 ‘소셜’만을 외쳐대는 소셜 천국의 나라에서, 정작 ‘사회’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사회의 재구성’이란 과제가 얼마나 소중하고 엄중하며 시급한 것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인간에 의해 자행된, 도무지 믿기 힘든 대형 참사 앞에서, 우리는 아직 개인과 국가의 이분법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자책하는 수많은 ‘나’들은 여전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를 향해 진한 울분을 토해내거나, 혹은 무기력하게 일상의 영역으로 숨어들고 만다. 하지만 국가는 결코 제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박 대통령의 섬뜩한 단어를 받아들인다 쳐도, 국가를 ‘개조’하는 건 결국 개인들의 분노와 열망이 한데 뒤섞여 분출하는 ‘사회’(the social)라는 이름의 동력이다. 세월호 참사야말로 과연 우리 삶에 ‘사회’라는 이름의 굳건한 디딤돌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보는 소중한 시험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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