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분야들을 차례로 열거할 때 정치와 경제를 가장 앞에 내세우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와 경제를 떼어놓지 않고 바늘에 실 가듯 늘 따라 붙이는 것은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 나온 말이 “정치를 잘해야 경제가 좋아진다” “경제가 좋아지면 정치도 잘 풀린다”가 아닐까 싶다.
정기국회는 결국 파행으로 끝이 났고 곧바로 소집된 임시국회도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을 둘러싸고 공전과 긴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간첩 활동’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우리 정치판은 대결과 파행, 장외 투쟁으로 점철됐던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국민들을 걱정하고 돌봐주는 게 정치 아닙니까? 그런데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고 있으니 한심하지 않습니까?” 한 라디오 방송의 전화 여론청취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 한 시민의 의견은 촌철살인이다.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경제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간혹 내놓는 지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한다. 지난 11월 수출이 233억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11월까지의 수출액은 2309억달러로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고 한다. 외환보유액 또한 11월 한달 동안 142억달러가 늘어 월간 증가액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11월 말 현재 무려 1926억달러에 달해 이런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은 잠시 눈을 즐겁게 할 뿐, 주위를 둘러보면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서민들의 삶에서는 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늘어만 가고 있다. 자살, 이혼,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임대아파트 임대료와 전기·도시가스·상수도 요금 연체율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민들에게 수출실적과 외환보유고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반면 수출 호황으로 재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때깔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재벌들은 투자를 외면한 채 출자총액 한도를 위반하며 총수의 경영권 확보에 열을 올리다 적발됐다. SK와 한화, 금호아시아나, 두산, KT, 현대 등 6개 그룹이 그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술 더 떠 내년부터 LG, 주택공사 등 10개 민간그룹과 공기업이 출자총액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들리니 걱정이 앞선다. 출자총액 제한제 유지, 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 축소,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 추적권 부활 등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서도 재계는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은 현대건설이란 한 기업에 주목해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재벌로부터 분리돼 3년여 동안 독립경영을 실험했고 비자금 없는 투명경영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현대건설은 여전히 건설업계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올해 최대 규모의 순익을 낼 것이라고 한다. 재벌 총수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현대건설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 실험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그 실험이 주는 메시지가 ‘환골탈태’(換骨奪胎)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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