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멈췄던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농활)이 3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건국대 학생들이 2022년 7월5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초롱이둥지마을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방역 틀에 갇혀 체험활동과 단체생활이 부족했던 학생들과, 이주노동자 감소 등으로 일손이 부족했던 농민들이 서로 돕는 기회가 됐다. 이들은 손이 없어 버려지다시피 한 도라지밭의 도라지를 말끔히 거두고, 마을 도로와 개천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초롱이둥지마을 영농조합법인 김영희 사무장은 이른 무더위 속에 땀 흘리며 일하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동네가 활력이 넘쳐요. 코로나19 탓에 찾는 사람이 없어 마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는데, 대학생들이 와서 마을에 큰 도움을 주네요. 더 많이 왔어도 되는데….” 건국대의 이번 농활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50명이다. 2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지만, 온라인 실시간 영상 중계를 하며 추첨해 참가자를 선정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어렵고 서툴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농민들의 시범과 설명에 어느새 익숙하게 손을 놀린다. 수학교육과 4학년 조남철씨는 “쪼그리고 앉아 일하다 뒤를 돌아보고, 내가 지나온 넓은 밭을 보고 놀랐어요. 노동의 보람이 이런 거구나 느껴지더라고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경제학과 4학년 우소미씨는 “코로나19로 거의 학교에 못 가다가,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니 좋아요. 졸업반이라 내년에는 올 수 없지만…”이라고 아쉬워한다. 옆에 있던 3학년 이윤수씨가 “저는 내년에도 올 수 있어요. 꼭 다시 올 거예요”라며 웃는다.
더위를 피해 새벽 6시에 시작한 오전 밭일은 아침 9시가 좀 넘어 끝났다.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쉰 뒤, 오후 3시 마을 하천 정화 작업에 나섰다. 하류에서 상류로 2시간 남짓 거슬러 올라가며 청소한 학생들은, 상류의 작은 못에서 잠시 첨벙거리며 더위를 식혔다. 한여름 농촌의 긴 하루는 이렇게 저물었다.
가평=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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