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천군 유부도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주변 갯벌까지 합치면 10배가 넘는다. 전기가 들어온 게 겨우 7년 전이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흔한 가게도 하나 없다. 여객선도 운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갯벌에는 백합과 동죽, 농게가 지천이고 널린 저서생물은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한다. 유부도를 포함한 서천 갯벌은 서남해안 갯벌 3곳과 함께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2021년 9월9일 새벽 충남 서천군 유부도로 향했다. 유부도는 정기 여객선이 없어 전북 군산에서 주민의 어선을 얻어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주민 9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을 외부인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넓적부리도요를 보기 위함이다. 전세계에 겨우 300여 마리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 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멸종 위험이 있는 등급)에 올라가 있다. 러시아에서 번식을 마친 뒤 월동지로 이동하는 새는 이 섬에서 잠시 쉬며 먹이를 섭취해 영양을 보충한다. 물때에 맞춰 유부도 북쪽 갯벌 끝자락에 위장 천막을 치고, 카메라와 쌍안경을 든 사람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민물도요, 좀도요, 붉은갯도요,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송곳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개꿩… 밀물에 밀려 날아드는 수십만 마리 새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하나가 된 듯 재빠른 몸짓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무리에서 참새 크기의 넓적부리도요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한참을 관찰해도 구별하기 어려울뿐더러, 비슷하게 생긴 새들 사이에 섞여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갯벌에 내려앉아서도 이리저리 종종걸음으로 오가며 먹이 찾기에 바쁘다. 갯벌을 빼곡히 채운 새들은 한꺼번에 후룩 날았다가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물이 불어 한 뼘만큼 줄어든 갯벌로 모여든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잠시, 더 앉을 곳이 없을 만큼 물이 차오르면 새들은 쉴 곳을 찾아 멀리 흩어진다.
물이 빠져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면 사람도 새와 함께 조개를 잡는다. 수십 대 경운기에 나눠 탄 유부도 주민들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다. 이곳 갯벌은 모래가 많이 섞여 있어 단단하다. 봄가을 펄에서 어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은 백합과 동죽이다. 한때 사람들은 백합이 흔해 동죽은 거의 잡지 않았다. 껍질이 얇은 동죽을 좋아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진 뒤 백합이 줄어들어, 사람도 새도 동죽을 취한다.
새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유부도를 포함한 서천 갯벌은 2021년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7월26일 제44차 총회에서 전남 신안, 전북 고창, 전남 보성·순천과 함께 등재를 결정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라는 뜻이다. 특히 서천의 갯벌은 ‘개발 대신 보전’을 선택해 지켜졌다. 새만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매립과 개발 대신 수많은 갯것을 길러내는 기름진 갯벌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려는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넓은 갯벌에 흩어져 먹이를 찾던 새들이 밀물에 밀려 점점 물이 차지 않는 곳으로 날아들고 있다.

9월9일 오후 유부도 갯벌에서 관찰한 넓적부리도요 H1. 다리에 찬 가락지는 2016년 러시아에서 인공으로 번식한 30마리에 부착한 것이다.(사진 버딩투어코리아 한종현 대표 제공)

농게가 해변 모래 속 유기물을 섭취하려고 모래를 삼킨 뒤 둥근 공 모양으로 다시 뱉어내고 있다. 덕분에 펄이 정화된다.

경운기를 탄 어민들은 모래가 많이 섞여 바닥이 굳은 펄 한가운데까지 들어가 갯것을 잡는다.

유부도로 들어가려면 하루 두 번 밀물 때에 맞춰 주민들 배를 띄워야 한다.
유부도(서천)=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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