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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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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춤을 누가 찍었을까요

지적장애인 사진가 최혜선이 찍은 해외봉사단 ‘보다’의 프놈펜 봉사 현장
등록 2019-11-26 10:20 수정 2020-05-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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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장애인들과 함께하려고 11월1일 캄보디아 프놈펜 왕립대학 한국협력센터를 찾았다. 가는 내내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왕립대학 주차장은 오토바이가 점령하고 있었다. 이곳은 배수 시설이 미비해 한두 시간만 비가 쏟아지면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짜증을 부리거나 화내는 사람을 볼 수 없다. 프놈펜에서 1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장애인직업기술훈련센터 ‘반티에이 쁘리업’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낯빛도 어둡지 않았다. 이곳 직업기술훈련센터의 장애인들은 휠체어 제작, 목공, 봉제 등의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냉방이 안 되는 작업실에서 낡은 자재를 활용해 실습이 진행되는 동안 표정이 굳어진 건 우리 봉사단원들뿐이다. 분명 무더운 날씨인데…, 불편한 환경인데….

국내 첫 장애인 해외봉사단 ‘보다’(VODA·Volunteers for Disability Awareness)의 일원으로 10월31일부터 11월9일까지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꾸린 봉사단에서 내 임무는 홍보와 사진 촬영이다. 나는 지적장애가 있고 양팔을 쓰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촬영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티에이 쁘리업에서 함께 간 장애인 강사들이 강연하기에 앞서 휠체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강세웅씨와 비장애인 파트너 이미경씨가 공연했다. 태어나서 처음 휠체어댄스스포츠를 본 그곳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11월7일 캄보디아 장애인재단(PWDF)에서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갑작스레 전기가 나갔다. 야외에서 교육을 했다. 전신의 반이 화상 흉터로 뒤덮인 장애인 김종숙씨의 강의가 끝나자 한 참가자가 김종숙씨를 찾아왔다. 딸의 치료비를 벌려고 아버지가 외국으로 일하러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김씨의 이야기가 자기 처지와 비슷하다며 울먹였다. 자신도 실망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나도, 우리보다 힘들게 사는 나라의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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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부장이 최혜선 사진가를 인터뷰한 뒤 ‘최혜선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프놈펜(캄보디아)=사진 최혜선 장애인 사진가· 박영순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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