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이 문을 연 지 48년 만인 지난 11월7일, 수협의 단전으로 불이 꺼졌다. 새 시장으로 이전하기를 거부하는 상인들을 내몰기 위한 정전·단수 조처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서울 중구 의주로 서울역 부근에서 경성수산(주)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수산시장은, 1971년 한국냉장이 아시아개발은행 차관을 받아 관리·운영하면서 동작구 노량진동으로 이전했다. 이때 도매시장으로 커지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상인들은 싱싱하고 값싼 수산물을 공급하는 데 앞장섰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2004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수산물 도매시장의 현대화 사업 정책을 결정했고, 그 뒤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합의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일까. 상인들의 주장은 다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양쪽이 체결한 양해각서 내용도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분개한다. 높은 임대료와 좁은 점포 면적, 물건 진열과 작업이 어려운 통로, 기존 물류 시스템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이전을 가로막는다. 상인들은 애초부터 현대화 사업과 기존 시장 유지의 효과가 제대로 비교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더해 수산시장 용도 외에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의 추진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모두 네 차례 명의양도 집행과 단전·단수, 그리고 고소·고발로 상인들을 내쫓으려 했다. 48년 만에 노량진수산시장의 불이 꺼진 지난 11월6일, 어두침침한 시장 한쪽에서 직원들과 상인들이 충돌해 부상자가 나와 병원에 실려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수협 직원과 용역의 폭력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수많은 서울 시민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그 역사성을 인정해 서울시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서울 시민과 관광객이 여전히 즐겨 찾고 있다. 무엇보다 옛 시장 사람들은 ‘상징성 있는 철로변 유휴부지와 건물을 보존하고 부분 개발한다면 충분히 상업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힘의 논리에 내몰린 상인들은 중도매인 허가권이 있는 서울시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수협의 2차 명도 집행이 있었던 6월12일,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수협의 2차 명도 집행을 막아낸 6월12일 한 상인이 지쳐 쉬고 있다.
상인들이 7월4일 수협이 동원한 용역회사 직원들의 장사 방해에 맞서 항의하고 있다.
11월6일 수협의 단전에 맞서 집회를 하는 상인들.
한 상인이 11월7일 수협의 단전으로 폐사 위기에 처한 대게를 급히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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