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왱~, 뚝딱뚝딱~, 싹싹싹~. 월악산에 둘러싸인 목공 작업장 안에서 학생 8명과 도우미 강사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여덟 사람 각각이 지나온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갓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허리에 공구주머니를 차고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8월29일부터 9월20일까지 주말마다 충북 제천에서 열린 ‘작은 집 건축학교’(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이들은 작은 집을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행복한 노동’을 했다.
“현재 많은 건축학교가 있지만 일반인이 단기간에 집짓기의 전 과정을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전문가 양성에 목적을 두고 건축물의 구조체 제작 교육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통의 건축물은 기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교육생들이 장기간 투자하지 않는다면 건축물의 완성에 필요한 마무리 공정까지 경험해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건축과 조형 작업을 넘나드는 문건호 작가의 화두에 학생들 모두 눈망울을 반짝인다.
“집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기·설비·누수 등 건축 구조와 무관한 부분과 도배·타일·실리콘 등 마감 작업에서 생기는 것이 많습니다. 요령을 터득해 스스로 해결한다면 전문가에게 지급해야 할 20만~30만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전문 건축업체에 맡겨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주가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조금 달라집니다.”
을 쓴 미국의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지금 돈 100만원으로 월든 호숫가에 13.9m²(4.2평)의 집을 짓고 살았다. “큰 집과 큰 부채를 짊어지고서 주위의 자연세계를 음미할 시간도 없이 사는 삶은 어리석다.” 일본의 다카무라 도모야는 도쿄 인근에 9.9m² 남짓한 작은 집을 지어 살며 제이 셰이퍼를 비롯해 스몰 하우스를 지어 사는 6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스몰 하우스는 대중을 조용한 자포자기로 이끄는 부담에서 피하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스몰 하우스’(Small House),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 등으로 불리는 초소형 주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소형 주택은 작은 면적에 취침과 조리, 휴식 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적은 비용으로 자신이 직접 원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장점도 있다.1기 학생 8명을 배출한 ‘작은 집 건축학교’는 11월14일~12월6일 바닥 면적 가로·세로 3m, 높이 3.4m의 9m²(2.7평) 작은 집을 만들 ‘자연인’들을 새로 모집한다. 목재·패널을 이용한 집짓기 기초부터 배선과 배관, 가구 제작까지 한 채의 집을 짓는 전 과정을 배우며, 4인1조로 싱크대와 샤워실, 붙박이장 등 실내가구를 비롯해 취침 공간까지 갖춘 작은 집 한 채를 완성하게 된다. 텃밭이나 주말농장에 설치해 휴식 또는 숙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주택은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신고만 하면 만드는 것도,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짓고 먹이를 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살 집,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내가 직접 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건호 작가는 손수 집짓기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지고, 노동의 즐거움을 체험하면서 삶의 자신감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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