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주식처럼 종합지수를 산출해 시장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합의로 단일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와 달리 부동산 가격은 개별 매도자와 매수자가 동네 복덕방에서 ‘번개팅’한 심리전의 결과이므로, 이것을 지수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 것이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은 매달 주택가격지수(OFHEO)를 발표한다. 이 지수의 특징은 적어도 두 번 이상 거래된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특정주택이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 다시 팔릴 때 처음 거래됐던 가격과의 차이를 기록해 종류가 비슷한 집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반복매매기법’이라 부른다. 서로 다른 주택들의 매매를 기초로 삼을 때 생기는 지수 변동의 편차를 제거할 수 있다. 신축 건물은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반복 매매됐더라도 가족끼리의 거래는 제외한다. 또 이 지수는 정부 보증기관(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의 우량 모기지를 통해 매입하는 주택만 대상으로 한다. 위험도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제외한 탓에 최근 주택가격 하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전후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Home Price Indices)는 보스턴·로스앤젤레스·뉴욕 등 미국 10대 도시에 애틀랜타·디트로이트 등을 추가한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종합한 지수다. 모든 대도시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거래내역을 충분히 수집할 수 없어서다. 텍사스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거래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1980년대 반복매매기법을 개발한 칼 케이스와 로버트 실러 교수의 이름을 땄다. 주택가격지수와는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비우량 대출로 구입한 주택가격이 포함돼 가장 신뢰할 만한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에서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발표하는데, 2000년 1월을 기준 수치(100)로 잡았다. 3개월 동안 축적된 거래 내역을 평균해 지수를 산출하며 2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11월 마지막 주 화요일인 지난 24일 발표된 케이스-실러 지수는 9월 지수로, 7~9월에 거래된 주택가격 자료로 산출됐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주택가격지수는 국민은행에서 매달 발표한다. 1986년부터 전국의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공표해오다, 2002년 말부터 137개 부동산업체에서 취합한 정보를 기초로 주요 아파트 가격 동향인 KB지수를 내놓았다.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에서도 자체 조사한 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부동산114’에서 2000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아파트가격지수가 일간지의 부동산 시세표에 실리면서 국민은행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국민은행과 민간업체의 가격지수가 종종 다른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가격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이 달라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국민은행에서는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변동에 동일한 가중치를 주는 반면, 부동산114는 주식시장처럼 자산총액 개념을 적용해 고가 아파트의 가격변동을 지수에 더 크게 반영한다. 예를 들어 10억원대 아파트 가격이 10% 내리고 1억원대 아파트가 10% 오른다면, 국민은행 지수는 변동이 없지만 부동산114의 지수는 하락한다.
카이스트 금융공학연구센터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아파트 실거래가격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KB지수가 시장의 변화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하고 변동성을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 없을 때 감정가격이나 호가를 이용해 지수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표본수나 중개업소의 신뢰성 등이 지수 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연구소 부동산 연구팀은 “표본주택의 실거래가 일어나지 않을 때는 다른 매매 사례를 비교해 추정한 가격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주택지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인해 신고된 가격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들 수 있다. 반복매매기법에 필요한 동일 아파트에 대한 범위 규정도 쉽지 않다. 동일단지 내 동일평형이더라도 로열동·로열층이라는 말처럼 방향이나 조망 등의 요인에 따라 가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냥갑 아파트의 사정이 이럴진대 천차만별의 개성을 지닌 단독주택엔 어떻게 ‘일물일가’를 달아줄꼬?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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