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 드라마 제작사를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막갈 수 없다는 의 제작사는 드라마보다 더 막나가고 있다.
요즘 저녁 때 들어간 음식점이나 호프집에서 ‘아내의 유혹’을 거부한 TV는 없었다. 드라마에서 고성이 터져 나올때 놀라서 TV 화면을 쳐다보는 수준이라 배역조차 잘 모르지만, 변우민과 장서희·김서형의 배신과 보복이 물고 물리는 가정 파탄극임은 알아차렸다. 그런데 이 드라마 제작사인 ㅅ사의 집안싸움도 점입가경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날을 새우는 이 회사는 아예 ‘각자 살림’(각자 대표)을 차리기도 했다. 최근 삼각관계의 암투 속에서, 돌아온 ㅅ씨가 ‘조강지처’ ㅎ씨를 쳐내고 ㅈ씨와 공동 살림을 꾸렸다. ㅈ씨는 과거에 이 회사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 했던 세력의 중심에 있었다. 이쯤 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은재와 애리의 승부수, 그리고 불륜의 부메랑을 맞는 교빈의 거울을 보는 듯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회사의 주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는 정도. 구시렁~.
바람 잘 날 없던 이 회사는 결국 지난 3월 말께 자본 잠식으로 증시에서 관리종목으로 추락했고 이어 15 대 1의 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유는 물론 실적 부진이다. 2005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다. 주가는 85원(4월9일 현재). 이 회사는 2006년 9월 SBS 금요드라마 를 시작으로 드라마 제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SBS 주말드라마 을 내보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제작사 수익은 비례하지 않는 것일까?
드라마 외주 시장의 상위권 주요 업체로 의 김종학프로덕션, 의 초록뱀미디어, 의 팬엔터테인먼트, 의 올리브나인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의 삼화네트웍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메이저 제작사들마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7년에 방송된 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은 손실을 봤다. 강마에 신드롬을 몰고 온 는 겨우 3억원대 이익을 냈다. 4년 전 증시에 엔터테인먼트 테마주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지금 증권가에서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리포트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배급과 관객 수에 의해 손익이 발생하는 영화와 달리 방송 드라마는 안방의 고정된 시청자를 상대로 기획 단계부터 방송사와 계약한다. 드라마 외주업체는 일반적으로 방송사로부터 제작 원가의 65~70%만 받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간접광고(15~30%)와 해외 판권(15~20%)으로 채운다. 간접광고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수출로 이익을 내는 구조다. 같은 몇몇 작품은 해외에서 제작비 전액이나 그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며, 은 세계 30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제작 원가의 60%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류 열풍이 주춤한 요즘 이런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다. 특히 1년에 작품 한 편도 납품하지 못하는 수많은 군소 제작사들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드라마 외주사의 경쟁력으로 4요소를 꼽는다. 유능한 작가·배우·연출자 확보는 필수다. 이때 연출 능력은 광고주의 요구와 작품성을 교묘하게 절충하는 것을 포함한다. 인적 자원인 3요소의 안정적인 관리는 계약 분쟁으로 인한 소송을 막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여기에 사업 기획력이 따라줘야 한다. 제작사의 기획력은 단순한 수주가 아닌, 지상파 방송국으로부터 충분한 제작비를 전제로 편성을 따낼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아직은 ‘을’의 관계에 놓인 제작사는 방송사 드라마 제작팀 출신 간부를 영입하기도 한다.
스타 연예인들로 화려하게 분식된 연예기획사의 실상은 드라마 제작사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는 끝났지만 남자의 리스트가 뒹구는 배경이다. 정작 지르고 싶은 이야기지만, 어느 리스트 인사의 엄포가 아닌 지면 사정을 핑계로 이쯤에서 접어야 하다니… 구시렁, 구시렁~.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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