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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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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결혼관

등록 2006-12-15 00:00 수정 2020-05-03 04:24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2월5일 ‘강요에 의한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말을 따 “여성에 대한 불의한 사회적 관행인 강요된 결혼을 금지함으로써 여권을 신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슬람권에선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을 소중히 여긴다. ‘정혼’이나 ‘중매’ 따위의 풍습이 여전히 일반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무슬림들의 결혼관은 어떨까? 셰이크 아마드 쿠티 캐나다 토론토이슬람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 매체 의 ‘파트와 뱅크’에서 “무슬림들이 처한 처지와 조건에 따라 결혼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먼저 성욕이 워낙 ‘충만’해 간음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결혼은 ‘의무사항’이다. 간음하지 않는 것이 이슬람 율법의 의무사항이므로, 율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간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결혼 역시 의무사항이 된다는 논리다. 간음죄를 지을 정도로 성욕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혼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하는 게 좋은 ‘추천사항’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에 따르는 각종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있고, 간음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라면, 결혼은 ‘금지사항’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불의한 짓를 저지르는 것을 금하는 이슬람에선, 배우자를 등한시하는 것이 당연히 금해야 하는 일(하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결혼할 능력이나 배우자에 대한 의무를 채울 수 없는 상황임에도 강한 ‘욕구’를 자제할 수 없다면, 결혼은 당신에게 ‘허가사항’이 된다. 대신 결혼을 위해 정직한 돈벌이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무슬림 공동체는 이런 이들을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도 배우자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없다면, ‘욕구’는 단식과 절제를 통해 억제해야 한다.
흔히들 이슬람 하면 ‘일부다처제’를 떠올리지만, 기실 이는 가부장제의 산물로 여러 문화권에서 꽤 최근까지 허용돼왔다. 물론 이슬람권에선 최대 4명까지로 제한해 지금도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이와 관련해 ‘유럽 파트와 연구위원회’는 “성서 쿠란에선 일부일처제도, 일부다처제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다만 2명 이상의 부인을 둘 경우 반드시 그들 모두를 동일하게 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명 이상의 여성과 결혼한 뒤 1명만 편애한다면, ‘심판의 날’에 그 죄과를 치르게 된다는 게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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